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08:0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현금줄 산업이었던 석유화학이 이제 '한계 사업' 소리를 듣고 있다. 제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가던 중국이 이제 스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국내 업스트림 화학 사업은 그간의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까지 나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활로를 쉽게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롯데가 가장 우려스럽다. LG는 캐즘이 왔다고 하지만 배터리가 있고 이외 전자라는 큰 기둥이 버티고 있다. HD현대, 에쓰오일, SK는 '정유'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고 석유화학을 뒷받칠 굵직한 줄기들이 있다. 한화도 주력인 태양광이 부진하지만 방산이라는 거대한 축을 만들어놨다. 반면 롯데는 상대적으로 화학이 그룹에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남다르다.
롯데의 화학, 특히 롯데케미칼이 걱정스러운 부분은 '업스트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벤젠, 부타디엔 등 이름을 나열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업스트림 제품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곳이 롯데케미칼이다.
이 시점에서 롯데의 행보를 다시 한번 되짚고 싶다. 조명해보고 싶은 부분은 9년 전 신동빈 회장의 결단이다. 신 회장은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SDI 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계열사의 인수를 직접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이뤄진 삼성-롯데의 빅딜로 삼성정밀화학은 롯데정밀화학으로, 삼성SDI 케미칼부문은 롯데첨단소재를 거쳐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이 됐다. 업스트림을 벗어나 스페셜티로의 전환을 꾀한 오너의 결단이었다.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을 비롯한 스페셜티 사업은 업스트림 사업이 부진한 현재 롯데케미칼의 오아시스같은 현금창출원이다.
생각해보면 기업의, 특히 한국 기업의 발전을 이끈 '위대한 결정'들은 대부분 오너들의 철학이 그 바탕이었다. 삼성의 반도체와 LG의 배터리가 그랬고 SK의 하이닉스 인수가 그랬다. 한화도 롯데와 비슷한 시기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방산이 꽃을 피우고 있다.
빅딜이 이뤄진 지 이제 곧 만 10년이 되는 현 시점,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신동빈 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롯데가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M&A DNA를 다시 한번 시장에 보여줄 때가 왔다.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과감한 결정은 오너 경영인 말고는 내릴 사람이 없다. 이는 인수 뿐만 아니라 매각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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