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CEO 승계 프로그램 막이 올랐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시점에 인선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도입하면서 임기 만료 3개월 전에는 승계 절차를 시작할 것을 주문한 영향이다. 그만큼 현직 CEO와 후보군에 대한 평가가 오랜 기간 이뤄진다.실적 외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는 '정성평가'가 관전 포인트다. 은행이 '이자 장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어 순이익을 많이 낸 것 만으로는 CEO 경쟁력을 분별하기 어렵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 사별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태, 그룹 CEO 사법 리스크,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라 불거져 현직 행장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험난한 검증 절차가 예고되지만 신한금융만은 예외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와 올해 은행권을 뒤흔든 사건사고에서 신한금융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 상반기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견인하며 실적 측면에서도 연임 명분을 만들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중순 자경위(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다른 곳보다 2주 빨리 시작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순항 배경엔 진옥동 회장의 '정도경영' 원칙이 있다. 진 회장은 줄곧 고객 신뢰를 지키기 위한 바른 자세를 그룹 구성원들에게 강조한다.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 CEO들도 흔히 언급하는 내용이어서 의레 있는 독려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나 2년차에도 일관되게 정도경영을 강조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경위 평가 대상인 계열사 CEO와 임원들은 인사 제1 원칙이 정도경영 준수 여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돌이켜보면 최근 불거진 금융권의 각종 사건사고는 극단적인 성과주의와 과당 경쟁에서 비롯됐다. 실적 극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외부 경쟁이 심화됐고 고객 신뢰나 내부통제 같이 수치화되지 않는 목표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도경영은 언뜻 듣기에 당연한 덕목이지만 역설적으로 당연하게 등한시됐다. 진 회장은 상식적인 조직 문화를 재건하고 있다.
정도경영 원칙만 지킨다고 진 회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건 아니다. 고객 신뢰를 지키고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동시에 호실적을 내 상장된 민간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에서 호각을 다투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진 회장 체제에서 바른 경영을 1순위로 하면서 준수한 실적을 내는 성공 사례를 금융권에 남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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