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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상폐' 신세계건설]허병훈 대표 "비상장사 전환해 신속한 정상화 추진"신속한 의사결정·사내자원 집중…1조 조달 후 상장폐지 비판 목소리도

이재빈 기자공개 2024-10-04 08:14:09

[편집자주]

경영난으로 신세계그룹 지원을 받던 신세계건설이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최대주주 이마트가 주식을 공개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신세계건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더벨은 신세계건설 상장폐지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건설사업의 구조 재편 과정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건설이 정상화를 위해 자진 상장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제고를 노렸지만 기대만큼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이마트가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만큼 신세계건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한층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진 상폐 결정으로 박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상태다. 그룹사의 신용보강과 신용평가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 등이 회사채 발행에 보탬이 됐지만, 상장사라는 점을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후 증시에서 퇴장하면서 의무를 회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진 상장폐지로 경영 효율성 제고 초점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는 지난 30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재무건전성 관리 등 내실을 다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진 상폐가 신세계건설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 및 자진 상폐 추진에 대한 허 대표의 입장이다. 비상장사로 전환됨에 따라 간결해지는 의사구조를 바탕으로 주요 현안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회사의 자원을 주주환원이 아닌 회사경영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자진 상폐로 얻을 수 있는 주요 이점은 의사결정 구조 간소화다. 사외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다.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상장사 이사회는 통상 개최 3~7일 전에 이사들에게 안건을 통지해야 한다. 또 회사에 상주하는 인원이 아니기 때문에 안건 및 현황에 대한 설명에도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부실 개선을 위해서는 속도가 생명이지만 상장사가 가지는 의무 등이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구조다.

비상장사로 전환돼 이사회를 사내이사로 재구성하게 되면 의사결정 속도를 제고할 수 있다. 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 설치 의무로부터도 자유롭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상장폐지의 노림수 중 하나다. 코스피 상장사는 기본적으로 주주환원에 일정 규모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증시 밸류업 논의가 확대되면서 주주환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세계건설은 내실 다지기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상반기에도 연결기준 3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훼손된 상태다. 당기순손실은 2022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와 원자재 및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원인이다.

상장폐지 후에는 신세계건설의 내부자원을 경영정상화에 온전히 투입할 수 있다. 상장을 유지하면 흑자전환 후 2022년을 기점으로 중단된 배당을 재개하는데 따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배당에 따른 자금유출 부담을 떨칠 수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 관련 규제도 회피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은 이마트의 지분율 확대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이마트가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면 유사시 흡수합병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방안도 가능해진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비상장사 전환 후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자진 상폐를 통한 재무적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 차입금들을 연장하거나 신규 자금을 조달할 때 조달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은 통상 상장사에 비상장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마트 등 그룹의 신용보강이 제공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상장사 이점 활용 이후 증시서 퇴장, 비판도 제기

상장사가 가지는 이점은 자금조달의 용이함이다. 비상장사보다 경영상황을 충실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신뢰도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 의결권 없는 주식 발행 한도 확대를 통한 추가 자금조달과 자기주식 취득 금지 예외, 주식양도시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 면제 등 제도적 혜택도 제공된다.

하지만 자금조달의 용이함은 이제 신세계건설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사모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해 이미 충분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은 2024년 1월과 4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0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5월에는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소규모 사모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포함하면 1조원 넘는 자금을 채권발행으로 조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신세계건설의 채권발행 총액은 1조520억원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회사채 1조200억원과 CP 32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1조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한 만큼 당분간 추가 조달 없이도 기업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상폐 후에도 유사시에는 이마트 등 그룹 상장사나 핵심 계열사의 신용보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사 자격으로 1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한 후 자진상폐를 통해 의무를 저버리는 만큼 신세계건설의 상폐가 그룹 전반에 대한 신용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사 채권이 비상장사 채권으로 전환됨에 따라 투자금 회수에 지장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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