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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마지막 카드' 꺼낸 최윤범 회장, 사모채 승부수 통할까외부 세력 개입 최소화, 높은 신용도로 투자자 모집 용이

남준우 기자공개 2024-10-02 16:32:4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를 준비 중인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손을 잡고 1조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경영권 방어용 자금 조달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고려아연의 뛰어난 재무건전성 덕분에 1조원을 사모채로 조달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부족한 자사주 매입 한도와 여러 법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사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기 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기각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졌다.

고려아연은 2일 이사회를 개최해 자사주 매입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이사회 결정은 장중 공시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0만~85만원으로, 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주당 75만원)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최 회장 측은 현재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소 6%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했을 때 필요로 하는 자금은 총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마련했다.

더불어 최 회장은 회사채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을 'AA+, 안정적'으로 부여받았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두 개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는 2010년 1134억원 상당의 외화표시 공모사채를 발행한 이후 약 14년 만에 재개하는 회사채다.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입을 빨리 실행해야 하는 만큼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한다. 메리츠증권이 7% 금리로 인수할 계획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최 회장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여러 백기사를 찾아다녔지만 마땅치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리코파트너스와도 손을 잡고 약 1181억원 상당의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들어간다. 하나증권으로부터도 881억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힘든 만큼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외부 세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게다가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 덕분에 AA+라는 높은 신용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메리츠증권 역시 수월하게 셀다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더라고 자사주 매입까지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일단 법적 리스크가 크다. 고려아연이 주당 80만원에 자사주를 취득한다면 현재 시세를 고려했을 때 주당 약 30만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 공개매수 기간에 주당 80만원에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입 한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매입 가능한 자사주 한도는 실제로는 586억원에 불과하다. 해외투자적립금, 자원사업투자적립금 등에 사용 목적이 제한된 돈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근거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이에 대해 배당가능이익은 6조986억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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