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투자 전문가들 "예상 밖 결정…백기사 동요 가능성"영풍 측 반발 속 법적분쟁 불가피...국민연금, 기존 입장 유지 관심
허인혜 기자공개 2024-10-31 09:19:5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전문가들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에 '예상 밖이었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내부 법리 해석은 충분했겠지만 그럼에도 법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중론이었다. 백기사로 분류된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수익 전망이 요동치는 만큼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반면 유통물량이 크게 축소된 상황이었던 만큼 주가 유동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분율의 절대값을 따진 승패 여부로만 보면 현재는 고려아연이 조금 더 유리한 판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자사주 소각분과 유상증자를 상쇄해 실질적인 주주환원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수익성에 기반한 선택'이라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보다 중장기적 전망과 성장 지속성을 중심으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전문가들 "유상증자, 규모와 결정 모두 예상 밖…법정다툼 불가피"
투자 전문가들도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예측 불가', '예상 못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른 결정들에 대한 전망도 100%를 장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당혹감이 읽혔다. 신의성실 등을 언급하는 전문가도 여럿 있었다.
한 투자 전문가는 "고려아연의 대응법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부분을 차치한다면 공개매수로 유입된 자사주를 블록딜로 넘기거나 하는 등의 방안까지도 예상이 됐었는데 이렇게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복수의 투자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법적다툼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전문가들은 우선 자금 조달 목적에 주목했다. 고려아연은 자금 조달 목적으로 채무상환 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5200만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658억원을 제시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고려아연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가 이뤄진 사안인지 궁금하다"며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수하겠다고 하고 자사주를 샀는데 해당 채무를 갚겠다고 다시 유상증자를 한다라는 것이 법적으로 이행이 가능한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영풍 측에서는 고려아연이 짜놓은 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보다는 법적 검토로 이 부분을 못하도록 막는 방안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고려아연도 유상증자까지는 고심이 깊었을 테니 예단은 어렵지만 법정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백기사 이탈 가능성", "소각·유증 규모 상쇄분 따져봐야"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백기사'로 분류된 기업들의 이탈 가능성도 언급했다. 투자 전문가는 "우호지분으로 분류된 주주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는 사안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투자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너무 했다'는 반응도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미래 가치를 인정하고 청약하지 않고 남은 주주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현대차그룹의 경우 보유 지분을 현재 처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더 난감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해외 현지법인인 HMG글로벌이 3자배정 유상증자로 취득한 신주로 6일 의무보유등록에서 풀릴 예정이었지만 영풍 측이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인용되면서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도 진행되는 만큼 소각분과 유상증자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 환원되는 부분과 유상증자 규모를 계산해 실질적으로 희석되는 가치를 봐야한다는 이야기다.
또 유통물량이 적었던 만큼 주가 유동성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한 투자 전문가는 "패시브 펀드의 경우 리밸런싱이 없다는 전제하에 본다면 실질적인 유통물량이 매우 적었다"며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된 것은 맞다"고 했다.
이어 "공모가 충분히 들어온다면 20% 우리사주 분량을 제하고 나머지가 시장에 풀리는 셈이고, 우리사주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을 합해보면 절대적인 수치로는 영풍 측보다 많아진다"고 봤다.
◇국민연금, 수익성 기반 선택 기조 고수할 것…"객관적 입장 유지"
국민연금은 이번 공개매수에 응했을 것으로 보이는 위탁자금을 제외하고 의결권 기준 약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수익성에 기반한 객관적 선택'이라는 본래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 등 주주의 입장을 의결권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리지 않아 기본적으로 '중립'을 추구하는 국민연금이 별도의 입장을 낼 이유도 없다.
결국 고려아연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국민연금의 역할이 아니고, 수익성에 기초해 차후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 방향을 정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일관된 이야기다.
다만 단기적인 주가의 등락이 국민연금의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다. 국민연금 고위급 관계자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연금의 모든 운용 판단은 수익성이고, 다만 연금은 중장기적 투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라면 단기 매매차익이 아니라 성장 지속성을 본다"고 답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매도 등의 액션 만으로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국민연금도 향후 수익성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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