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개혁하겠다'는 영풍, '원래 잘했다'는 고려아연2라운드 주주총회, 투자자 설득 전략은…'집행임원제 vs 수십년 노하우'
허인혜 기자공개 2024-10-31 09:15:0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결권 쟁탈전에서 물밑작업은 중요하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시장이 보는 눈을 길렀고 백기사 기업들에게도 자사의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적인 당근책이나 주주총회 의안의 타당성, 수익률 등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각각 백기사와 국민연금 설득에 열을 올리며 '기업가치'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가치라는 목표는 같지만 도구는 다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경영 체제가 최윤범 회장 중심이라며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여태껏 쌓아온 실적 추이와 건전성 등 사업적 측면에서 '이미 잘 해왔다'는 반응이다.
◇'43 vs 40', '43.9 vs 19.4' 극명한 해석차이 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후 시장이 해석한 지분율과 영풍 측의 입장은 크게 달랐다. 시장에서는 영풍 측이 43%, 고려아연이 40%의 지분을 획득한 백중세로 진단했다. 영풍 측은 자신의 지분에 대한 해석은 43.9%로 비등했지만 고려아연 측의 지분은 19.4%로 봤다. 자사주와 경원문화재단을 제한 수치다.
영풍 측의 해석이 달랐던 건 고려아연 측의 백기사로 분류된 기업들을 모두 소거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의 초입부터 현대차그룹(5%)과 한화(7.8%), LG화학(1.9%) 등을 우호지분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5% 공시'를 통해 공동행동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투자자의 관점에서라면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영풍 측의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현대차그룹과 한화, LG화학의 지분을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분류한다. 1.49%의 지분을 보유한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고려아연도 이들을 우호지분으로 인식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영풍, 집행임원제가 핵심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 체제를 문제로 보고 있다. 이그니오홀딩스 등에 대한 투자 등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을 잘 경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질 경영인이 아닌 이사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세워야 한다는 게 골자다.
영풍과 MBK는 집행입원제도를 새 과제로 던졌다. 영풍 측은 28일 신규 이사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의안으로 삼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요구하고 공시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는 한편 새로운 이사진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집행임원제는 회사가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대표임원의 선임과 해임, 업무집행 등 경영상 결정을 위임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로만 참여해야 한다. 2011년 신설된 법안이지만 실제 도입한 기업의 사례는 많지 않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하며 이 제도를 도입했고,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 커넥트웨이브도 집행임원제를 활용 중이다.
영풍 측은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금속공학)는 우리나라 금속공학의 1인자로 고려아연에서도 강연을 하는 인물"이라며 "또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추천한 인물들 모두 해당 분야에 있어 뛰어난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물론 고려아연 측의 우호지분으로 꼽히는 기업들도 영풍 측 의견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는 게 영풍 측의 전망이다. 영풍 측 관계자는 "전문성을 지닌 C레벨들이 기업을 경영했을 때 훨씬 더 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일본 등에서도 입증된 사례"라며 "현재 우호세력으로 분류된 기업들, 또 국민연금 등이 (영풍 측이)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철금속 1위 누가 만들었나' 원래 잘했다는 고려아연
고려아연 측의 근거는 그동안 쌓아온 실적이다. 비철금속업계 1위로 자리매김을 했고 탄탄한 성과, 풍부한 유동성을 보여온 만큼 경영진의 전문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5년간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9년 6조6948억원, 2020년 7조5819억원, 2021년 9조9768억원, 2022년 11조2194억원까지 확대됐다. 2023년에는 2021년 수준인 9조704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조43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8053억원에서 2021년 1조961억원, 지난해 말에는 659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4532억원을 기록하며 원년 기록을 회복했다.
시장컨센서스도 긍정적이다. 올해 연간 실적으로는 2022년의 스코어를 넘는 11조9169억원을, 2026년에는 13조3022억원까지도 내다봤다. 영업이익도 올해 말 2022년 수준을 회복한 뒤 2026년 1조995억원, 최근 5년 사이 최대치였던 2021년(1조961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려아연도 이 점을 투자자 설득의 키로 내세운다. 1974년부터 50년간 고려아연을 일궈온 경영진은 1세대부터 이어온 현 경영진이며 제련업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췄다는 입장이다. 이사진 리스트를 보면 비철금속 전문가로 분류한 인물이 5인, 이외에 글로벌 투자나 행정, 환경, ESG, 법률, 회계 부문 전문가를 별도로 뒀다.
연계된 설득법은 '오랜 신뢰'다. 고려아연의 실적은 등락은 있지만 적자를 본 적은 지난 98분기 동안 한 번도 없다. 25년간 플러스 수익률만 낸 기업이라는 의미다. 비슷한 스코어의 기업은 현대모비스와 SK텔레콤, KT&G 등이다. 고려아연 측은 실제로 신뢰와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박기덕 사장의 질의응답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박 사장은 이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와 한화, LG화학에 대해 "올 초 정기주총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주셨다"며 "그 의견에 변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걸 들어보면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니 우리는 국민연금이 말한 부분을 신뢰하고 기다릴 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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