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파트마다 상장 주관 계약서를 전수조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금융 당국이 도입한 IPO 중간 수수료를 놓고 증권업계가 담합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IPO 실무진은 혹시 모를 위법성을 파악해보고자 세부 검토에 나서고 있다.중간 수수료는 상장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상장예비기업이 주관사에 지급해야 하는 보수를 뜻한다. 그간 IB업계에서는 IPO에 실패했거나 중도 철회로 마무리됐을 때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았다. 이런 관행 탓에 주관사가 증시 입성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중간 수수료를 강제하는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
하지만 시행 후 실상을 짚어보니 증권사마다 제시한 거래 조건과 금액이 거의 비슷한 경향이 도출됐다. △상장 예비심사 신청 전 계약 종료시 1000만원 △상장 예심 신청 후 5000만원 △증권신고서 제출 후 7000만원 등이다. 증권업계가 중간 수수료를 엇비슷하게 책정한 결과가 나오자 담합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증권가 IPO 파트에서는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시장의 가격 형성을 형해화한 행위로서 법규상 불법으로 적시된 담합과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먼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넋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의미없이 소모적인 업무를 소화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간 수수료는 상장 주관 계약의 주를 이루고 있지 않다.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주관사 콘테스트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건 에쿼티 스토리와 밸류에이션 논리, 트랙레코드 등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감안되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 수수료(인수 수수료)다. 이 메인 보수는 정률 수수료로서 최종 공모규모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책정된다.
이 주관 수수료가 상장예비기업이 감안하는 비용이고 증권사가 얻으려는 수익이다. 중간 수수료가 의무적으로 기입되고 있으나 IPO 기업과 주관사 모두 계약 체결시 진지하게 고민하는 조항이 아니다. 예를 들어 중간 수수료를 경쟁사의 반값인 500만원으로 낮춰 제시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더라도 주관사 선정에 기여할 가능성은 없다.
부당한 공동행위로서 담합은 경쟁사의 공동 의사라는 고의를 토대로 경쟁 회피의 방식을 통해 가격과 품질 등의 결정에 영향을 줘야 한다. 하지만 중간 수수료는 어디까지나 금융 당국의 제도 도입으로 강제된 보수일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이드라인도 없이 업계에 숙제를 안겼고 당장 영업에 뛰어든 증권사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추가 조항을 구비했을 듯하다.
파두 사태 이후 주관사의 업무는 드라마틱하게 확대됐다. 시장 개입에 개입을 더하는 방식으로 또다른 뻥튀기 상장을 막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 간절하게 원하는 건 잘못을 저지른 IB에 국한해 과감한 철퇴를 가하는 것이다. 엄벌의 사례가 쌓이면 스스로 되짚어볼 수밖에 없다. 선의의 피해자인 IPO 실무진은 오늘도 여전히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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