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 서밋 2024]"삼성도 잘할 것" 최태원의 여유, 배경은 'SK HBM'엔비디아·TSMC 등과 '3자 동맹' 과시, 차세대 제품 경쟁 예고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05 07:02:5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우리보다 많은 기술과 자원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 물결에서 삼성도 잘 타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SK AI 서밋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올해 메모리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워 30년 넘게 선두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예상에 최 회장이 경쟁사를 치켜세운 것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부가 메모리다. 일찌감치 등장한 제품이지만 응용처가 마땅치 않아 주류로 올라서진 못했었다. SK하이닉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작년 초부터 HBM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리더로 군림하게 됐다.
현시점에서 최신 버전인 5세대 HBM(HBM3E)은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일부 공급하고 있으나 물량 차이가 크다. 특히 가장 많은 HBM을 사용하는 엔비디아 공급망 내 SK하이닉스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다른 회사를 언급하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다. 기업마다 접근법이 다르다 보니 누가 더 잘한다고 말하는 게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 우세가 확실했다면 다음 승부처인 6세대 HBM(HBM4)부터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16단 제품 구현, 패키징 방식 변화, 베이스 다이의 로직 공정 도입 등이다.
이날 최 회장은 해당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HBM4 관련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젠슨 황 CEO를 만났을 때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고 했다. 이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 물어보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답변했다"면서 "(젠슨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한국인 같다. 빨리빨리 일정을 앞당기길 원한다. 이러한 정신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일정을 2026년에 2025년 하반기로 조정한 바 있다. AI 반도체를 주도하는 양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최강자 TSMC와도 손을 잡는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베이스 다이에 TSMC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다.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협력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젠슨 황 CEO와 웨이저자 TSMC CEO가 이번 행사의 축하 영상을 보내오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의 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웨이저자 CEO는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테이프 아웃(Tape-out)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이프 아웃은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단계다.
최 회장은 "(HBM4 관련) 품질 검증(퀄테스트) 등 주요 프로세스 통과가 안 되면 일정을 당겼다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 "(엔비디아와는) HBM4 일정을 당겨보자고 한 것은 서로 간 의지를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조심스러운 발언이었으나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해온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간접적으로 HBM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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