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친 SK의 자신감, 'HBM=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시대 도래, TSMC 등 주도로 생태계 확산
김도현 기자공개 2024-10-25 07:57:0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설계나 생산을 잘해도 패키징 기술이 없으면 비즈니스 영역에 못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단순히 칩을 보호하는 역할에서 제품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게 된 패키징이다."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징 개발총괄 부사장(사진)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SEDEX)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전자패키징학회(EPS) 어워드 2024'에서 한국인 최초로 '전자제조기술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해당 시상식은 국제 전기 및 전자공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IEEE가 주관하는 연례행사다. 패키징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석학이라는 의미다.
그는 "패키징을 담당하는 내가 키노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반도체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라며 "패키징 기술을 연구한 27~28년 정도 지났는데 '패키징을 지배하는 자가 반도체를 지배한다'는 패러다임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다.
바야흐로 후공정 시대다. 이전까지 노광, 식각, 증착 등 전공정 단계에서 반도체 성능을 좌지우지했다면 이제는 후공정이 핵심으로 꼽힌다. 회로선폭 등 주요 지표가 물리적 한계 구간에 진입하면서 패키징 등으로 해당 이슈를 상쇄하는 방향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도 패키징이 대세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패키징이다. TSMC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두각을 나타낸 것도 각각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이라는 기술이 결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MR-MUF를 앞세운 HBM을 통해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2024년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을 뛰어넘는 수치로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 부사장은 "3~4년 전만 해도 HBM은 주목받지 않았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AI 시대 들어 데이터센터 등에 본격 채용되면서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이 AI의 학습과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HBM을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라 부르고 있다. HBM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시점에서 최신 HBM은 5세대(HBM3E)다. SK하이닉스는 8단에 이어 12단까지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관련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내년부터 상용회될 6세대 HBM(HBM4)부터는 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HBM3E까지 베이스 다이를 메모리 제조사가 자체 처리했다면 HBM4부터는 로직 공정이 적용되면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최강자 TSMC와 손을 잡는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사업부와 TSMC, 인텔 등과 협업할 계획이다. 제작 난도가 대폭 높아지면서 HBM3E와는 또 다른 경쟁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신개념 패키징 기술도 HBM4가 도입 기점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솔더볼이나 범프 등 연결 소재 없이 칩과 칩을 부착하는 방식이다.
이 부사장은 "HBM4부터 큰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다. (엔디비아, AMD 이외에) 다양한 고객이 나오면서 차별화된 기능을 넣고 싶어하는 니즈가 늘고 있다.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BM은 점차 '커스텀'과 '스탠다드'로 나뉠 제품군이 나뉠 전망이다. 고객에 따라 요구사항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추후에는 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위에 HBM을 쌓는 '3차원(3D) HBM' 등 같은 형태도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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