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농협만의 길 걸으며 차별화된 성장 동력 발굴"⑩박영훈 농협은행 뉴욕지점장 "일관된 성장성 유지 기반 마련"
뉴욕(미국)=이기욱 기자공개 2024-11-08 10:59:39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은 농업협동조합법을 근거로 설립된 '특수은행'이다. 농업협동조합과 농민들을 위한 금융지원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해외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박영훈 농협은행 뉴욕지점장(사진) 역시 지점의 중장기 발전 방향으로 '농협만의 길'을 제시했다. 다른 경쟁은행들 대비 성장 속도가 다소 늦을지라도 농협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고민하고 농협중앙회 계열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미국에서 MBA 석사 공부하며 글로벌 경험 쌓아…본사 신뢰 바탕으로 IB 사업 개척
박 지점장은 199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며 농협과 첫 인연을 맺었다. 농협중앙회 성남시지부 과장과 조사연구소 조사역, 농어업·농어촌발전특별대책위 등을 거쳐 2013년 농협은행 서울마케팅추진단 팀장을 맡았다.
이어 농협은행 인사부 팀장, 테헤란로금융센터 지점장, 가락시장 지점장 등을 역임한 후 2022년부터 뉴욕지점을 이끌고 있다. 업무 이력만 보면 글로벌 사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지만 2010년 미국 썬더버드 국제경영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학위를 따며 나오며 미국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박 지점장은 "회사 배려로 도중에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공부했다"며 "그 당시 농협은행은 한창 뉴욕지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은행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서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뉴욕지점에 처음 왔던 2022년은 현지 당국의 자금세탁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 정상화 단계에 진입한 시점이었다. 박 지점장은 그동안 규제 리스크 해소에 집중돼 있던 인력과 기능을 영업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에 곧장 착수했다.
그는 "아무래도 몇 년 동안 익숙했던 일들을 바꿔서 나가는 작업이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새롭게 대출 영업도 해야 하다 보니 낯선 업무들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연착륙을 시킬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조직 정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특히 일반 기업 대출보다 IB 부문 진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IB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와 과거 트랙 레코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그해 곧장 소규모라도 IB 딜에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본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타개책이 됐다.
박 지점장은 "어차피 뉴욕 시장에서는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해 본사에 강하게 주장을 했다"며 "그동안의 취급 이력이 없어 본점에서도 판단이 쉽지 않았을 건데 지점의 판단을 믿어주고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K-푸드 열풍 등 새로운 기회 기대…"농업·식품 관련 기업 시너지 창출"
올해로 지점장 생활 3년차를 맞이한 박 지점장은 현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성장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점장을 포함한 인력 변화에도 일관된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농협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농협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농업 및 식품업과 연계한 금융 사업을 발굴해 내는 것이 포인트다.
미국 농업 산업의 경제 규모는 매우 크지만 그만큼 자국 산업 보호 정책 등이 면밀하게 짜여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농업이 진출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김치와 같은 'K-푸드' 열풍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국내에서는 김치를 생산하는 단위조합들이 농협 차원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단일화해 판매 중이다. 해외 시장 진출 시 농협은행이 금융지원 측면에서 할 역할들이 생길 수 있다.
박 지점장은 "누구를 따라간다는 전략보다 농협만의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조금 더딜 수는 있어도 묵묵하게 한 길을 걸어가는 농협 특유의 기조로 사업 부문의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농업 관련 식품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너지를 낼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꾸준히 농협 글로벌 사업에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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