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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창업주 구심점 루닛, 실적 개선 빼면 '저조한 점수'스타트업 특유 이사회 체제 등 구조적 한계 영향

이명관 기자공개 2024-11-18 08:21:1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10: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루닛은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시작은 2013년 KAIST에서 인공지능기술을 연구하던 대학원생들이 창업한 클디(Cldi)였다. 꾸준히 모험자본을 투자받아 성장했고,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했다. 실적 측면에서 보면 지속해서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평가 결과를 보면 여전히 스타트업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창업자 중심의 이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다, 견제기능마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견제기능·정보접근성 '1점대' 저조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루닛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루닛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11점으로 산출됐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부진한 성적을 면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견제기능이었다. 평균 1.6점을 받는데 그쳤다. 평가상 최하점이 1점이니 대부분의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최하점을 받은 배경은 사외이사 자체가 적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루닛의 이사회는 2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돼있다. 사내이사가 1명이다보니 견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따라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 회의가 열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에 더해 감사위원회도 존재하지 않았다. 감사의 역할은 2021년 3월 선임된 비상근 감사인 이원복 감사가 단독으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 감사는 김앤장 출신으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나마 내부회계관리제도 및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외부 감사인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적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엔 10월 코스닥협회 주최로 교육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평가 역시 부재했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지표의 평균 점수는 2점이었다. 루닛은 코스닥 기업이기에 아직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평가 절차를 통한 이사 재선임에 반영될 수 없는 구조로 보면 된다. 이에 정보접근성도 평균 1.7점에 불과했다.

구성 역시 평균 2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스타트업의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새다. 루닛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백승욱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사진 구성 자체가 단출하니 이사회 내에 별도의 소위원회도 없다.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없다.

◇실적개선세 속 주가관리도 준수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저조한 평점을 받은 가운데 유일하게 돋보인 성과를 거둔 항목은 경영성과다. 경영성과 항목에선 유일하게 평점 4점을 받았다. 돋보이는 성과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부채비율 등이다.

우선 루닛의 PBR은 10배에 이른다.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2.38배)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PBR 배수가 높다는 것은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주가 관련 지표들에서 모두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을 넘어서며 5점을 받았다. 루닛의 주가수익률은 487%, TSR은 488%에 달한다.

루닛은 이와 함께 견고한 재무건전성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13.96%에 불과하다.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91.96%)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루닛은 실적 측면에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루닛은 지난해 매출 250억원, 영업손실 4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불어났고, 영업손실 규모는 종전 460억원에서 60억원 정도 줄었다. 여전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지표적으로 개선점이 보였다. 이에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항목에서 모두 5점을 받았다.

다만 손실구간이다보니 ROE와 ROA도 각각 -24.21%, -20.16%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을 하회하면서 '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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