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제형변경' 플랫폼 줌인]상용화 플랫폼 할로자임과 양강체제, '빅파마 잡아라' 경쟁①'엔허투 항체' 할로자임은 로슈, 알테오젠은 다이이찌산쿄…플랫폼 확장성 입증
김진호 기자공개 2024-11-13 09:09:06
[편집자주]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빅파마는 필연적으로 특허 만료로 인한 바이오시밀러의 도전에 직면한다. 이에 대비하는 한 가지 방안은 제형변경.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을 보유하며 빅파마의 파트너사로 부상했다. 미국 할로자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다. 미국 머크(MSD)에 이어 다이이찌산쿄까지 손잡은 알테오젠의 SC 플랫폼 경쟁력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테오젠이 최근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계약을 맺으면서 다시 한번 플랫폼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에 이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제 엔허투까지 제형 변경 파트너사로 낙점되면서다.알테오젠의 유일한 경쟁사로 부각되는 할로자임의 경우 엔허투에 들어간 항체에 대한 SC제형 플랫폼 권리를 스위스 로슈에 오래 전 넘긴 바 있다. 다이이찌산쿄가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은 알테오젠뿐이었던 상황. 할로자임에 맞서는 알테오젠의 역량에 시장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할로자임·알테오젠, 정자에서 찾은 단백질로 제형 변경 플랫폼 완성
인간히알루로니다제 기반 제형 변경 플랫폼으로 전세계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개발명 ALT-B4)과 할로자임의 ‘인핸즈’가 대표적이다.
양사 플랫폼의 근간에는 모두 인간의 정자가 있다. 정자의 머리 부분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PH20은 수정시 난자의 막을 뚫는 역할을 한다. 이를 피부에 주입하면 피하지역에 있는 당사슬을 잘게 부숴 약물의 통과를 돕는다.
할로자임이 PH20을 활용해 먼저 인핸즈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후 알테오젠은 2019년경 PH20과 몸속에 떠다니는 히알 단백질의 도메인(단백질내 특정 구역) 일부를 스와핑을 통해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완성했다. 할로자임과 다른 특수성을 인정받아 상업화에 뛰어들 수 있있다.
할로자임의 인핸즈를 통해 SC 제형 개발에 성공한 약물은 전세계적으로 9종에 이른다. 특히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티쎈트릭SC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적용해 제형 변경의 성공한 첫 면역항암제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을 통해 개발에 성공한 SC제형 의약품은 현재까지는 전무하다.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SC제형 개발 관련 글로벌 임상 3상이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026년 시장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2020년 MSD에게 SC제형 개발을 위해 하이브로자임을 비독점으로 적용할 권리를 총 4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양사는 올해 2월 키트루다의 성분인 펨브롤리주맙에 대해 해당 플랫폼을 독점 적용하도록 변경하면서 계약금과 마일스톤 포한 총 5750억원을 수령하는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엔허투 항체 ‘트라스투주맙’ SC제형 개발권 남아있던 알테오젠
알테오젠은 이에 더해 이달 초 다이이찌산쿄와 3억 달러(4200억원) 규모로 엔허투에 SC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을 독점 적용하는 권리를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할로자임이 아닌 알테오젠 플랫폼이 선택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쟁사인 할로자임은 다이이찌산쿄가 검토할 수조차 없는 영역이었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SC제형 플랫폼의 기술수출 계약에는 특정 항체를 지정해 그 사용권한를 이양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번에 SC제형 변경 대상이 된 엔허투는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성분인 트라스투주맙에 접합체(링커)와 톡신(페이로드)를 연결시킨 ADC다.
여기에 들어간 트라스투주맙의 물질 특허는 미국과 유럽 연합 등 주요국에서 2018~2019년 만료됐다. 엔허투 개발은 이처럼 해당 항체의 사용 제한이 사라지는 시기에 맞춰 진행됐다.
실제로 엔허투가 미국에서 유방암 적응증으로 처음 시판 허가된 시기도 물질 특허가 만료된 2019년이다. 이후 출시국과 적응증을 빠르게 확장하며 엔허투는 2023년 기준 25억7000만달러(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으로 성장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 특허 만료가 되는 미국 기준 2033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과열될 것을 감안해 SC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로자임은 선택지가 되지 못한 건 이미 인핸즈 플랫폼이 경쟁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할로자임은 2022년 로슈 자회사인 주가이 제약과 1억8500만달러 규모로 SC제형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을 때 트라스투주맙의 인핸즈 독점 권리를 넘겼다.
결국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은 블록버스터로 성장하는 약물들 가운데 '특허'와 '바이오시밀러' 시장 과열에 대비할 수 있는 SC 제형 파트너사로 부각되며 엎치락 뒤치락 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이 빅파마 누구와 손을 잡느냐를 두고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는 점도 볼만한 포인트다.
특히 이번 엔허투 계약의 경우 면역항암제에 이어 ADC로의 하이브로자임의 적용 영역을 확장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이브로자임의 플랫폼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인 셈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경쟁사인 할로자임의 플랫폼은 엔허투SC 개발에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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