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디·배 할퀴는 중국]'레드 디스플레이' 공습, 삼성·LG마저 흔들린다②OLED도 따라잡힐 가능성, 차세대 패널 경쟁력 우려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19 08:21:48
[편집자주]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조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소재, 부품 등 특정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우위를 보이던 장비마저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소부장의 현주소와 대안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발 디스플레이 태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동종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고객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주도하는 걸 넘어 독점하기에 이르렀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움켜쥐려 한다.문제는 패널만 영향권에 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요 소재와 장비까지 중국산으로 바뀌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이 흔들릴 위기다. 기술적으로도 상당 부분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차세대 제품인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올레도스(OLED On Silicon) 등은 중국이 한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LCD 싹쓸이' 중국, TV 시장 뒤흔들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BOE, CSOT, 비전옥스, 티엔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2024년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은 50% 내외로 추정된다. 분기마다 편차는 있으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30%대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이미 중국은 LCD 판을 꽉 잡은 상태다. 올 하반기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팹까지 CSOT로 넘어가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CSOT는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팹을 품은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 및 차량용 LCD 생산을 이어가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마저도 축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진작에 LCD 사업을 철수했다. 대만, 일본 기업들도 하나둘씩 손을 떼면서 LCD는 중국이 전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TV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직격탄이다. TV 부문 19년 연속 1위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LCD 기반 TV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LCD 생산을 중단하면서 전적으로 중국 협력사에 의존할 처지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갈등을 빚은 BOE와 거리 두기에 돌입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라는 대안이 사라지면서 BOE와 거래 재개를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궁극적으로 LCD 구매 과정에서 유리하지 않은 협상 테이블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비교적 OLED TV 비중이 커 삼성전자보다는 우려가 덜하지만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실제로 양사의 LCD 매입액은 지속해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앞세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이제는 입장이 달라졌다. 중국 이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예상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OLED에서는 아직 한국의 기술력이 우위다. BOE가 애플 공급망에 진입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대부분 물량을 할당받은 상태다.
내년 등장할 '아이폰17'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해당 제품에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가 적용되는데 중국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바일 기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더욱이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디스플레이 시장(출하대수)에서 OLED는 11억대, LCD는 23억대로 추산된다. 각각 4.4% 증가, 0.6% 감소다. OLED 대체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성숙도 부족한 중국보다는 한국 제조사들이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마저 넘어가나, '꿈의 디스플레이'까지 위협
중국의 기세가 무서운 건 소재와 장비까지 잡아먹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편광필름이다. 편광필름은 LCD에서 빛을 통과시키거나 막는 디지털 셔터, OLED에서 표면에 반사된 빛을 차단해 시인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올 9월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부문을 중국 우시헝신광재료유한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2020년 LG화학은 중국 산산에 LCD 편광판 사업부를 넘긴 바 있다.
양사는 편광필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관련 사업을 접게 됐다. 중국이 LCD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편광필름 내재화에 나섰고 이는 경쟁 심화로 이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산 소재와 장비, 부품 등 활용을 권장하면서 한국 협력사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BOE의 8.6세대 프로젝트에는 국내 장비사가 대거 포함되긴 했으나 점차적으로 중국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걱정 요인은 미래 먹거리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마이크로LED, 확장현실(XR) 기기에 도입되는 올레도스 등은 한국보다 중국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LED 칩부터 장악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차세대 제품 산업을 공략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관련 작업에 돌입했으나 양산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산업 확산이 기대보다 더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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