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⑫코로나19 기간 유예조치로 버텨…VIG파트너스의 기단확대, 원가부담 몸살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20 07:30:02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 티웨이항공과 LCC 업계 3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다크호스였다. 운항관리와 노선 효율화 등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키우며 성장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리스크로 경쟁력이 악화하며 부진에 빠졌다.최근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면허 및 운수권 재승인 이후 이를 유지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슬롯 사용률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가운데 항공권 판매가 부진해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탑승률이 저조한 가운데 손실을 감수하며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위기 넘겼던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코로나19 발발로 항공사 전체가 셧다운 되면서 슬롯(Slot) 활용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 항공사에 동일하게 리스크가 발생한 만큼 이스타항공의 잠재 리스크가 도드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스타항공은 슬롯을 지키기 위해 탑승률 등이 저조한 상황에도 항공기를 무리하게 띄우고 있었다. 항공사는 배정받은 슬롯 유지를 위해 항공기를 의무적으로 띄워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탑승률 등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항공기를 띄우면서 매출원가 부담 등이 높았던 상황이다.
항공기운항시각(Slot) 조정업무에 관한 지침(국토교통부 훈련 제242호) 및 항공기 운항시각 조정업무 세부운영지침(서울지방항공청 훈령 제445호) 등에 따르면 슬롯을 배정받은 항공사는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슬롯을 사용해야 한다.
서울지방항공청 지침 제14조 '슬롯의 회수' 내용중 2항은 '운영 조정자는 이행률 분석 결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항공사에 슬롯 회수를 통보하고 항공운항과장의 승인을 득한 후 회수 하여야 한다'고 정의한다.
슬롯 회수 근거는 '1. 시즌별 분석시 배정된 슬롯의 80%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2. 슬롯 배정을 받은 후 5주 이상 운항을 하지 아니한 슬롯, 3. 전략슬롯 배정을 받은 후 공항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는 슬롯' 등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스타항공의 부담은 경감됐다. 2020년 3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항공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사용 운수권과 슬롯 회수를 유예했다. 의무적으로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되자 이스타항공은 매출원가 부담을 덜었다. 무너져가는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1년여 이상 항공기 운항을 최소화 하며 버티기에 성공했다.
특히 이스트항공은 슬롯 회수 유예 조치의 최대 수혜자다. 2020년 3월 이스타항공은 지배구조 리스크 등으로 운항중단과 기업회생,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을 상실했다. AOC 상실로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지만 코로나19발 위기로 슬롯 회수 유예가 결정되면서 슬롯 반납을 피해갈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지배구조 리스크 종료…보호막 잃은 이스타항공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말 이스타항공에 대한 안전운항체계 검사를 완료하고 AOC를 갱신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인수되며 경영 정상화가 추진된 결과다. VIG파트너스는 슬롯이 살아있는 이스타항공에 투자해 AOC를 재발급받아 정상화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보호막 역할을 했던 코로나19가 종료되고 기업회생도 종료되면서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 슬롯 회수 유예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스타항공은 탑승률 저하 등에도 불구하고 의무적으로 항공기를 무리하게 띄우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기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항공기를 11대로 늘렸다. 2023년 3월 이전까지 사실상 0대였던 기단을 1년여 만에 11대로 늘린 것이다. 또 보잉 최신기종 12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해 보유 항공기를 향후 27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문제는 영업력이다. 지배구조 리스크와 경영부실 등을 겪으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됐다. 더 큰 문제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축 등으로 운항과 영업 등 인프라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또 경쟁사들의 구조조정을 완료하며 빠르게 정상화 하는 등 항공시장 판이 흔들리면서 이스타항공의 생존전략이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이스타항공의 탑승률은 국적 항공사 가운데 최하위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이스타항공이 공급한 국제석 좌석은 174만5253석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49만3943명으로 탑승률 85.6%를 기록했다. 이는 국적사 10곳 가운데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저조한 탑승률은 무리한 기단 확대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기단이 현재 절반이하 수준으로 운항편수 자체가 적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 누적 이스타항공의 국제여객 운항편수는 484편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9241편으로 20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공급좌석도 적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스타항공이 공급한 좌석수는 9만1476석이었고 탑승객은 8만3129명으로 탑승률 90.88%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이스타항공은 10개 항공사 가운데 탑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로 유예를 받으며 슬롯을 유지해왔지만 이 방어막이 없어지면서 올해 대규모 원가를 투입해 슬롯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항공권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원가부담이 높아지면서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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