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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세림B&G,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도약 준비 '끝'①진공성형 매출 우상향, 신사업 박차

평택(경기)=이종현 기자공개 2024-11-22 08:31:16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은 1869년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한 물질로 개발된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가 시초다. 1880년대에는 종이로 만들어지던 영화 필름을 대체하고, 천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로 등장했다. 이어 1940년대부터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기 시작하며 일반 가정에까지 침투하게 됐다.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세림B&G는 이런 플라스틱을 성형·가공해 여러 용도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2003년 설립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PET),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이용한 식품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를 납품하는 진공성형 사업을 전개하며 성장했다. 대량의 플라스틱 용기를 필요로 하는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업체가 주요 거래 상대다.

지난 15일 찾은 세림B&G 공장은 제품 생산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졌는데 원재료가 되는 수지에 열을 가해 액상화한 뒤 필름 형태로 만드는 설비부터, 특정 금형을 이용해 모양을 잡는 설비 등 복수의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생산되는 제품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담는 데 활용되는 용기와 비닐부터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컵 등 다양했다. 일부 비닐에서는 GS25, 홈플러스 등 익숙한 상표명이 인쇄돼 있어 납품처를 추측할 수 있었다. 공장 외부에는 제품 출고 전 적재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박순규 세림B&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식품 포장용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보니 홈플러스나 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점이 핵심 고객사다. 대상이나 풀무원 같은 기업도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면서 "최근에는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면서 약국이나 의류업계 등으로도 고객군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림B&G의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9년 매출액 327억원에서 지난해 582억원으로 77.9% 늘었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15.5% 수준이다. 핵심 캐시카우인 플라스틱 진공성형 사업의 호조가 바탕이 됐다. 지난해 세림B&G의 진공성형 사업 매출은 351억원을 기록했다. 4년간 연평균 9%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세림B&G의 전체 매출 성장률은 진공성형 사업의 매출 성장률보다 가파르다. 이는 진공성형 사업이 아닌 별개 사업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세림B&G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이다.

그동안 플라스틱이 주목받은 것은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다루기 쉽다는 소재의 특성 덕분이었다. 최근에는 일회용품의 과다 사용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는데 그 중심으로 플라스틱이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카페 내 음료 섭취 시 플라스틱 컵·빨대 금지, 2022년 대형마트 내 비닐봉투, 빨대 사용 금지 등이 추진되는 등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반 소비자용 일회용품을 생산·납품하는 기업의 경우 이와 같은 대외 환경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환경 문제는 업계의 주요 화두인 만큼 세림B&G 역시 대응에 착수했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이다. 플라스틱 전문 기업인 세림B&G가 '친환경 기업'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세림B&G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은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급성장했다. 2019년 매출액 37억원에서 2022년 138억원으로 3년간 연평균 47.3%씩 성장했다.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대에서 20%대로 뛰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지난해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의 성장이 정체됐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운영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제품에 대한 환경표지인증(EL724)이 2024년까지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림B&G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감소한 1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64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꺾였다.

위기에 몰렸던 사업은 올해 극적으로 반전됐다. 최근 환경부가 EL724의 연장을 결정하면서 우려가 해소됐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만큼 세림B&G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 매출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박 CFO는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적인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본다"면서 "기존의 식료품을 위한 용기나 쇼핑봉투에 그치지 않고, 농업 현장을 위한 멀칭필름 등 제품군을 다양화해 사업성을 키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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