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리빌딩]3세의 선택은 투자…미창석유 둘러싼 두개의 시선⑥3세 유지유 상무 이사회 참여율 0%…장남 유승수 상무는 인도네시아 활동
이돈섭 기자공개 2024-11-27 08:26:11
[편집자주]
기업은 도전에 직면한다. 도전의 양상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기업 이사회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까지 기업 이슈를 지적하는 곳은 많지만, 내외부 의견을 경청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벨은 파이낸스와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목전에 둔 기업 면면을 조명, 기업 변화의 양상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8: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창석유공업은 금융투자업계에서 '30년 전통 가치주 종목'으로 유명하다. 미창석유는 수십 년간 윤활유 생산에 주력하면서 매년 백억원 단위 순이익을 거두고 있는 안정적 기업이지만, 주가 부양 노력이 미흡한 기업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미창석유는 3세 경영인들이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너십 전환이 임박한 곳이기도 하다.◇ 3세 경영인 전면 등장…이사회에서도 활동
미창석유 주주명단에 3세 경영인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건 지금으로부터 7년여 전이다. 창업주의 차남인 유재순 대표는 2017년 본인 소유 주식 49만여 주 중 3만8000주를 그의 자녀 유지유 씨와 유승수 씨에게 각각 1만9000주씩 증여했다. 수개월 후 해당 증여는 무산됐지만 2020년 유 대표는 두 자녀에게 각각 3만 주씩을 다시 증여했다.
유씨 남매는 현재 모두 미창석유에서 상무 직함을 달고 근무하고 있다. 유지유 상무와 유승수 상무는 수증 후 주식을 장내 추가 매입, 지난 9월 말 현재 유지유 상무는 3만2000주(1.84%), 유승수 상무는 3만5814주(2.06%)를 보유하고 있다. 유지유 상무는 서울 서초 소재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1년 3년 첫 이사 임기를 마친 유 상무는 올 3년 재임에 성공했지만 그간의 이사회 참여율은 처참했다. 미창석유는 3년 전 유 상무 이사 최초 선임 이후 그의 이사회 출석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기재하기 시작했는데, 2022년부터 올 9월 말까지 42회에 걸쳐 개최된 이사회에 그는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 이후 매년 연 1억원 안팎의 보수를 꾸준히 챙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창석유는 사내이사에 총 9억951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는데, 이중 유재순 대표에 지급한 금액이 8억8847만원으로 전체 보수의 89.3%에 해당한다. 2021년부터 이사회 내 사내이사는 유 대표와 유 상무 등 두 명뿐이다.
반면 유승수 상무는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진 않다. 그렇다고 그가 승계 순위에서 멀어져 있는 건 아니다. 런던대를 졸업한 유 상무는 요즈마 그룹을 거쳐 2017년 미창석유에 입사했다. 유 대표가 처음 지분을 증여한 해다. 미창석유는 이듬해 홍콩과 인도네시아 기업과 함께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을 설립, 유 상무를 현지에 파견했다.
◇ "유 대표 부부 본격 승계가 변화의 신호탄"
유 상무는 요즈마 그룹 재직 경험을 살려 미창석유의 투자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62년 출범한 미창석유는 수십여년 간 윤활유 생산에 주력해 왔는데, 유 대표 자녀들이 회사에 발을 내디디면서 지분 투자가 활발해졌다. 미창석유가 요즈마 그룹과 손잡고 2019년 LP로 참여해 20억여원을 태운 '요즈마글로벌펀드6호'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한 채 매년 자금 회수를 통해 운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 펀드 규모는 현재 30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미창석유는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단순투자 명목으로 국내외 다수 기업에 투자를 집행, 2020년 말 340억원 규모였던 타법인 출자 규모는 지난 9월 말 현재 1440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미창석유가 단기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었던 데는 장기간 축적된 현금성 자산 영향이 컸다. 투자 활동을 본격화하기 직전 2020년 말 미창석유의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 규모는 1060억원이었다. 같은 시기 시총 1120억원(PBR 0.4배 수준)에 육박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이 현금성자산은 2262억원 규모로 불어나 있다.
미창석유는 창립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다. 최근 10년 사이엔 매년 많게는 520억원, 적게는 10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일본의 ENEOS 등 탄탄한 매출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사업 영역이 한 분야에 제한돼 있어 사업 다각화와 배당 확대 등 주가 부양 시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현재 유 대표와 그의 부인 최명희 씨가 보유한 지분은 모두 36.34%다. 두 자녀 지분을 비롯해 미창석유와 자본거래를 통해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일본 ENEOS 측 10%, 자사주 13% 등 우호지분을 모두 더하면 과반수 이상으로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지분 승계 본격화가 이 기업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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