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블루프린트 체크]'실적 부진' 유진테크놀로지, 캐즘에 투자계획도 '유보'지난해부터 투자집행 계획 불구 올 3분기까지 공모자금 사용 '제로'
안정문 기자공개 2024-11-29 07:41:35
[편집자주]
기업들은 IPO 과정에서 공모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비즈니스 계획과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상장 이후 실제 자금 집행과 실적은 그것과 차이가 나는 게 다반사다. 이에 더벨은 IPO 당시 기업이 내놓은 계획과 그 이후 실제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되는지, 또 주가산정 때 활용했던 비교군이나 실적 추정치가 타당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정밀 금형 부품 및 소재 전문 기업인 유진테크놀로지가 올해 매출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실적 공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부진은 전기차 시장 캐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영업손익도 적자에 빠졌다. 유진테크놀로지가 적자에 빠진 것은 실적공시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 영업손실은 2020년 발생했다.
이에 유진테크놀로지는 IPO 공모자금 활용계획을 미뤘다. 지난해부터 투자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올 9월 말이 되도록 투자 집행금액은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계획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정이다.
◇ 공시 시작 이후 첫 매출후퇴 가능성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테크놀로지는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매출 224억4500만원, 영업손실 29억400만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6.5%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공정에 쓰이는 정밀금형, 기계부품, 자동화 장비, 리드탭 등을 제조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다이슨,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미국, 중국, 폴란드, 헝가리에 해외법인이 있다.
부진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들어선 것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문별로 나눠보면 모든 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정밀금형이 89억76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6%, 기계부품 및 자동화장비가 46억1200만원으로 33.9%, 리드탭 부문이 9400만원으로 58.0% 각각 줄었다. 해외 매출 역시 15.9% 감소한 85억6000만원이다.
공시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유진테크놀로지는 매년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에도 영업손실은 피하지 못했지만 매출은 증가했다. 4분기 매출에서 2024년 9개월에 걸쳐 쌓은 것의 2배가 넘는 수치(211.6%)를 기록하지 못한다면 올해 매출은 후퇴하게 된다.
다행인 점은 수주잔고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유진테크놀로지의 수주잔고는 77억300만원이다. 2022년 80억3000만원에서 2023년 말 70억9500만원으로 감소하던 흐름을 벗어난 것이다.
유진테크놀로지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실적개선은 내년으로 넘어가야 되지 않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자금 투자계획 '스톱', 충북대병원 인사 눈길
이에 공모자금 활용계획도 미뤄졌다. 유진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 상장할 당시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2030년까지 매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2025년에 걸쳐 모두 158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 9월말이 되도록 투자한 금액은 제로에 머물러 있다.
유진테크놀로지는 IPO 공모로 확보한 자금을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설자금은 85억원이며 이 가운데 설비투자에 70억원, 건물 증축에 15억원을 투입한다.
운영자금으로는 58억원이 책정됐다.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에 10억원, 미국 사무소 추가 설립에 30억원, 연구소 및 영업 인원 충원에 18억원을 쓴다. 나머지 14억원은 차입금을 갚는데 쓰인다.
유진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공모자금집행은 리드탭, 장비 등과 관련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지 않은 영향으로 유보된 상태"라며 "인도네시아 법인설립 및 미국사무소 증설 등은 고객사 쪽에서 확정된 부분이 없어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부진과 투자지연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모가 1만7000원이던 유진테크놀로지 주가는 2023년 11월2일 상장 당일 2만1200원, 11월6일 2만2200원의 종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2024년 11월25일 주가는 51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 1만7000원의 30.4%로 3분의 1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편 유진테크놀로지의 임원 현황에서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꾸준히 충북대학교병원 측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9월에는 조명찬 충북대학교병원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올 9월은 남창현 충북대학교병원 연구교수가 유진테크놀로지 사외이사 임기를 마친 시점이다. 남 교수는 2021년 9월부터 3년동안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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