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CFO]박지철 한화에어로 재무실장, 안정화 작업 1순위④그룹내 M&A 활동 중심, 올해 약 1.5조 지출...'3세' 김동관 부회장 핵심 기지 함의
김소라 기자공개 2024-12-02 07:40:30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6: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지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은 격랑 속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넘겨 받았다. 전년 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부터 미국 현지 시장 투자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굵직한 자금 이슈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 지출이 급격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 실장은 기업의 재무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올해도 여러 명목의 현금 유출이 이어졌다. 글로벌 법인 투자, 분할 등 지분 관련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표면적으로 자금 유출도 가속화됐다. 그룹 내부에서 다년간 재무 경험을 쌓아왔지만 CFO 역할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박 실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다행히 육상 무기 등 방위산업 시장 호조로 근래 현금 창출력이 크게 진작된 점은 재정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박지철 재무실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할은 관리와 안정이 꼽힌다. 동 법인이 그룹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고 지난 몇 년간 사업구조 재편의 중심이 됐던 점을 고려하면 후속 차원의 안정화 작업이 필요시 되는 상황이다. 단순 계열사 관리부터 시작해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보충, 채무 상환 대응 등이 남겨진 주요 재무 과제다.
박 실장은 올해로 2년차 CFO다. 지난해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으로 부임하며 그룹 내 처음 CFO 직에 데뷔했다. 앞서 여러 계열사에 몸 담으며 재무, 회계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동 부문 최고 결정권자 경력은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시작하게 됐다.
특수관계 법인 CFO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지주사 격인 한화를 비롯해 한화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 현직 CFO 가운데 한화갤러리아 정일규 CFO 다음으로 가장 어리다. 1970년생인 박 실장 위로 그룹 주요 계열 법인(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CFO는 모두 1960년대생이다. 핵심 법인에서 CFO로 첫 발걸음을 뗀 박 실장 입장에선 역할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그룹 내 의지할 만한 전임 선배 라인도 충분한 셈이다.
박 실장이 CFO로 키를 잡은 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타임라인 상 드라마틱한 변화들이 집중된 시기였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그룹 내 색깔이 명확해지기 시작한 해였다. 당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직전년도 한화로부터 양수한 방산 사업부를 흡수했고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즉 그룹 차원에서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방위사업체로서 동 법인을 키우고자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소화할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처럼 급격히 덩치를 불리며 영향력을 키웠던 시기 박 실장이 합류했다.
올해도 지분 관련 변화는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지역 계열 법인에 현금을 보충하고 신규 기업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연내 집행한 지분투자 규모는 대략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힘 싣어주기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그림이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주주 3세 경영을 위한 준비와도 맞닿아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 산하 한화오션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며 방산 소그룹을 직접 챙기고 있다. 김 부회장 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체 그룹 내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수 있는 핵심 기지 의미를 지닌다. 이에 비춰볼 때 향후 계속해서 자금 출자 등 크고 작은 투자 활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이에 대비한 재무 안정화 등 재정 관리 작업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근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무 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상황이다. 투자 확대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며 레버리지 지표가 악화됐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순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약 2배 증가한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총 차입금액이 늘었고 보유 현금자산은 줄어든 까닭이다. 주요 재무 건전성 지표인 순차입금/EBITDA 수치는 3배를 넘겼다. 최근의 현금 창출력 개선 흐름과 비견해도 부채 부담이 고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관련해 불가피한 부분은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선수금 명목으로 미리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받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일상적인 유동성 보충은 올 상반기의 경우 이율 조건이 좋았던 기업어음을 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선수금은 연결 기준 전년말 대비 약 14% 증가한 8조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전체 부채 세부 항목 중 이 선수금 비중이 가장 컸다. 다만 동 기간 증가율로 따지면 금융부채 항목이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유동, 비유동 차입금·사채 증가율이 30~50%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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