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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낀' 전영현 부회장, 인사 직후 회의소집 '부활 올인' 권한·책임 대폭 확대, HBM 반격·파운드리 턴어라운드 집중

김경태 기자공개 2024-11-28 13:15:03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27일 단행한 2025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힘이 실린 경영진은 단연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다.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았을뿐 아니라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파격 인사 대상자가 됐다.

전 부회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날 오후 더벨과 짧은 통화를 했다. 이재용 회장이 당부한 바가 있는지,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지금 회의하고 자리에 막 와서 아직 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자세한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말을 극도로 아꼈지만 목소리는 밝은 편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 2025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전 부회장이 인사가 공식 발표된 이후 빠르게 회의를 소집한 셈이다.

이날 인사에서 전 부회장의 역할과 권한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그는 올 5월 비정기 인사에서 DS부문장으로 임명됐다. 전 부회장은 이날 인사에서 DS부문장을 지속 역임하면서 대표이사, 메모리사업부장, SAIT 원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이달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출처: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올 5월 DS부문장에 올라선 뒤 빠르게 조직을 단속하고 비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포메이션에 일부 변화를 주기는 했다. 하지만 복수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DS부문에 존재하는 파벌 등으로 인해 전 부회장이 온전히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전 부회장은 확고하게 DS부문의 경영을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대표이사에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면서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그가 추진하는 토론 부활 등 조직문화 변화 등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이 한껏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한 만큼 반도체사업의 반전을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전 부회장의 부담도 커졌다. 최대 과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반전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밀월 관계를 이어가는 동안 삼성전자는 아직 HBM3E를 공급하지 못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홍콩과학기술대에서 블룸버그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에 대한 우호적인 언급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올 들어 황 CEO가 보인 행보를 볼 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게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메모리사업의 1등 권토중래와 더불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스템LSI의 반전도 절실하다. 증권가와 반도체업계에서는 파운드리·시스템LSI가 올 3분기 약 1조5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4분기 역시 1조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하고 있다. 대형 고객사 확보, 엑시노스의 반전 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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