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업지원TF·미사단 변화 '다양한 함의' 박학규 CFO·고한승 사장 각각 합류, 후계구도·신수종 육성 포석
김경태 기자공개 2024-11-28 09:38:05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2025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업지원TF와 미래사업기획단(미사단)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변화를 줬다. 사업지원TF는 사장 승진자를 배출하면서 동시에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합류했다.미사단은 단장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으로 변경됐다. 작년 11월 미사단이 신설될 때 향후 컨트롤타워 변화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과거 사례처럼 사업지원TF와 미사단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고 사장은 과거 신사업추진단 성공의 핵심 멤버다. 희미해져가던 미사단의 존재감에 숨을 불어넣게 된 모양새다.
◇사업지원TF, '막강' 정현호 부회장 유임…'삼성 CFO 모범' 박학규 사장 합류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이 대상이 된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 전자 계열사의 '미니 컨트롤타워'를 맡는 사업지원TF도 작년 사장단 인사와 달리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은 유임됐다. 정 부회장은 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와 결부돼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작년 인사는 물론 올해 인사에서는 거취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가 유임된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목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의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 25일 2심 결심공판이 열렸고 선고는 내년 2월로 확정됐다. 이와 별개로 국민연금공단이 올 9월 이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 부회장에 대한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비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경영자인 이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도한 게 아닌 내외부의 비판에 휘둘려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사업지원TF에는 큰 변화가 발생했다. 김용관 사업지원TF 반도체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DS부문 경영전략담당으로 이동했다. 그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를 맡다가 올 5월 사업지원TF로 이동했는데 이 회장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삼성전자 CFO를 맡던 박 사장(사진)이 사업지원TF에 합류했다. 사업지원TF는 정 부회장이 2021년 12월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래 사장급이 합류한 적은 없다.
정 부회장이 휘하에 부사장, 상무 직급의 임원들을 거느린 구조였다. 정 부회장이 확고한 사업지원TF의 원톱이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사업지원TF를 이끌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DS부문으로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의 합류는 향후 사업지원TF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 인사로 읽힐 대목이다. 박 사장은 작년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사업지원TF장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전형적인 워크홀릭으로 평가된다. 휘하 임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과거 사정당국이 삼성 바이오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때 적법한 절차를 요구하며 육탄방어에 나섰던 점도 임직원 사이에서 회자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겪는 동안 현금 유동성 확보에 사투를 벌이며 무차입경영 기조를 사수한 것도 높게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 22조원 가량을 대여받았다. 국내외 자회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대규모 배당도 받았다. 해외 투자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고한승 사장, 신사업추진단 성공 핵심 멤버…임원 충원·이탈 관전포인트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27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미사단을 신설했다. 초대 단장으로는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을 임명했다. 당시 부회장급 조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사업지원TF와 컨트롤타워 전초전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과거 사례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키는 과정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2009년말 인사에서 신사업추진단을 만들었고 김순택 전 부회장이 단장을 맡았다. 그는 이듬해 미래전략실장도 겸임하면서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됐다.
하지만 미사단의 경우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올 5월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이동하고 경계현 사장이 미사단장에 임명됐다. 반년 만에 수장이 사장급으로 변했다.
여기에 신사업추진단과 달리 공개된 성과도 없는 상태다. 신사업추진단은 신설 후 약 반년 만에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사단은 아직 공표한 신사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이 미사단장으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게 됐다. 동시에 이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하면서 동시에 미사단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고 사장은 과거 신사업추진단의 성공을 이끈 핵심 초기 멤버다. 미사단은 출범 초기 총 6명의 임원이 있었다. 김 부회장과 고 사장 외에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전인상 전 전무, 김재우 상무, 김규돈 전 종근당 부사장 등이 신사업추진단 구성원이었다.
향후 임원 충원 여부가 미사단 역할 확대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미사단은 출범 초기부터 단장 외에 정성택 부사장, 이원용 상무 등 임원이 3명에 불과했다. 정기 사장단 인사 이후 이번 주 이뤄질 임원 인사, 비정기인사에서 인력 충원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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