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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4년래 최저' 한네트, 한은 디지털화폐 연관성 '글쎄'사업상 연결고리 없어, 회사 '묵묵부답'

성상우 기자공개 2024-12-06 08:28:5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2: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던 한네트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던 주가는 몇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장중에 상승분을 다 반납했죠. 그 후로는 이틀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4000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최근 주가는 지난 2020년 이후 4년래 최저가 수준입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한네트 주가는 2022년 상반기 이후 3년 가까이 ‘우하향’ 흐름입니다. 짧은 반등이 중간에 한번씩 나오긴 했지만 대세 하락 트렌드를 돌려놓진 못했죠. 2022년 3월 고점이 1만18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들은 당시 대비 3분의 1 수준의 가격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감내해온 셈입니다.

시장의 관심도도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수백만주 규모의 거래량이 터진 날이 올해를 통 틀어 봐도 4거래일에 불과합니다. 지난해엔 10거래일 정도는 됐습니다. 그 전년도엔 더 많았죠.


20년 가까이 외형·수익성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시장 소외주가 된 원인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네트는 2011년도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넘는 기간 동안 연간 200억원대 매출 외형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2011년의 연매출은 310억원대로 300억원선을 간신히 넘은 수치였죠. 이 기간 영업이익은 연평균 20억~30억원대였는데 최근 7~8년만 놓고 보면 10억~20억원대로 축소된 모양새입니다.

◇Industry & Event

한네트의 전신은 1997년 4월 한국컴퓨터 주식회사의 VAN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한컴기술연구소입니다. 1999년 7월에 ‘한네트’로 사명을 바꾼 뒤 2001년 7월에 코스닥에 상장했죠.

사업 구조는 단순합니다. VAN사업부와 무인화사업부로 양분됩니다. VAN부문은 현금자동지급기(CD-VAN)를 공급·설치하는 사업이죠. 현금지급기 시장은 은행권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지만 은행권이 진출하지 않은 지하철역, 편의점, 휴게소 등을 중심으로 한네트같은 비은행권 사업자가 현금자동지급기를 설치하면서 성장해 온 구조입니다. 무인화 사업부문에선 '키오스크(KIOSK)'로 불리는 무인자동화기기를 백화점, 할인점, 슈퍼, 아울렛 등의 유통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급합니다.

매출 구성을 보면 VAN사업부가 50%대, 무인화사업부가 40%대를 차지하는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장 직후 주가가 상한가로 향했던 지난달 28일의 경우 주가 급등을 이끈 별다른 회사 측 공시는 없었습니다. 다만 시장은 그 전일 이뤄진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첫 결제 시연이 관련주의 동반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죠.

한네트는 CBDC 관련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사업 현황을 보면 CBDC와의 접점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에게 한네트와 CBDC 시장 사이 관련성에 대해 문의했지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상 연결고리 없이 추상적인 기대감에 테마주로 묶여있을 것이란 시각이 주류였죠.

한네트의 무인화사업부가 실물 화폐 없는 자동 결제 솔루션을 지원한다는 점을 유사점으로 볼 순 있습니다. 다만 단순 무인 결제와는 다른 차원의 화폐인 CBDC 관련 사업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사업은 아닙니다.

실제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의 초기 사업화 과정을 보더라도 국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기업은행, 농형, 부산은행 등 은행권만으로 참여 기관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결제 인프라 구축의 테스트 영역인 전국 유통 가맹점에 키오스크를 비롯한 결제 시스템이 깔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공급 업체만 수십곳이 넘는 포화시장에 가깝죠. 연간 매출 100억원 규모로 간신히 흑자를 유지 중인 한네트의 무인화사업부가 CBDC 시장 본격화의 수혜를 선제적으로 흡수할 정도의 규모와 역량이 되는 지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한네트 무인화사업부에서 CBDC 관련 솔루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 여부도 확인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더라도 CBDC 관련 사업이나 해당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신사업과 관련해 기재돼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Market View

최근 1년 사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한네트 관련 보고서는 없습니다. 언론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선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때마다 CBDC 가끔 특징주로 언급이 되긴 합니다. 다만 회사와 테마 사이의 사업상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설명한 곳은 아직까지 안 보입니다.

주주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주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입니다. 한네트가 어떤 식으로 CBDC와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해 각자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해보지만 주류 의견으로 통일된 건 없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시장과의 소통 의무가 있는 회사 측으로 향하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테마와의 관련성에 대해 가장 확실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당사자기 때문이죠. 다만 회사 측의 소통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한네트 공시 담당 임원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CBDC 이슈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답변할 게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한네트 재무부문의 키맨으로는 이동운 상무를 꼽을 수 있습니다. 공시 책임자이며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총괄 임원이자 등기임원(사내이사)이기도 하죠.

사업보고서 상 경력사항은 최소한으로만 기재돼 있습니다. 1968년생으로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뒤 케이씨티 감사를 거쳐 2018년에 한네트에 합류했죠.


더벨은 이날 오전 이 상무와 전화 연결됐지만 사업상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날 주가 상승이 한국은행의 CBDC 이슈와 관련된 게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다른 주주들한테도 전화가 많이 오는데 답할 게 없다”면서 “답변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상 CBDC와 관련된 계획이 추상적으로라도 세워진 게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답변이 불편하다”고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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