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덕후 공략' 라이브러리컴퍼니, 팬덤 기반 IP 승부수④라이선스 보다 소설·만화 등 기반 창작 공연 대량 공급…흥행·안정성 도모
이지혜 기자공개 2024-12-23 07:24:09
[편집자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시장의 포화 △경쟁 심화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위기 속에 드러나는 법. 한계를 뛰어넘고자 도전하는 기업을 조명하고 이들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극장 공연 티켓 가격이 20만원을 바라보는 시절이다.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선뜻 티켓을 사는 모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콘텐츠 제작사 라이브러리컴퍼니는 관객의 이 같은 심리적 불안에 주목했다. 강력한 팬덤을 갖춘 소설과 만화 등 IP(지적재산권)를 앞세워 창작 공연을 만들었다. '특정 소비자가 빠져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극·뮤지컬사업을 본격화한 지 약 1년 만에 공연 작품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사업은 순항 중이다. 강력한 IP 파워에 힘입어 신생 제작사는 좀처럼 뚫기 어려운 대극장 대관의 장벽까지 넘었다.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앞으로도 강력한 IP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흥행 저력을 입증하고 실적 안정성까지 잡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뒀다.
◇3개년 연극·뮤지컬 라인업 40편, 팬덤 기반 IP로 시장 공략
19일 라이브러리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공연한 연극·뮤지컬 작품은 총 12편이다. 지난해 연극·뮤지컬 사업의 닻을 올려 4편을 공연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내년부터는 그 숫자를 더 늘려나가기로 했다. 2025년 공연예정작은 총 13편, 2026년은 15편이다.
2026년 공연작까지 극장 대관도 끝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빌린 극장은 총 30개다. 대극장과 중극장이 각 4개, 소극장 22개다. 합산 좌석 수는 약 136만석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의 공연예정작과 대관 극장 수는 국내 어떤 콘텐츠 기업보다 많다.
뮤지컬·연극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제작사가 대극장에 입성한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극장은 평판 리스크와 운영비 부담이 커 흥행에 실패 않을 작품을 선정한다”며 “수익성이 좋은 대극장 공연은 대관 경쟁이 치열하며 대부분 오랜 업력을 가진 대형 제작사가 우위를 점한다”고 말했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대극장 관문을 넘어설 수 있었던 건 IP 파워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다른 공연 제작사와 차별화 지점이기도 하다.
많은 공연 제작사가 연극, 뮤지컬 초연작을 택할 때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라이선스IP를 들여오거나 스타배우를 섭외한다. 라이선스극은 저작권료를 내고 외국작품을 한국어로 번안해 재구성한 작품을 말한다. 흥행 리스크를 낮추고자 비싼 로열티와 출연료를 감수한다. 대형사 경우 작품 제작비 규모가 커졌음에도 정작 공연작이 적은 이유다.
반면 라이브러리컴퍼니는 IP의 힘을 믿었다. 올해 선보인 라이선스 작품은 두 편뿐이다. 나머지 10편은 소설, 만화 등 원저작물을 공연으로 만든 2차 저작물이다. 뮤지컬로는 <섬:1933~2019>, <긴긴밤>, <고스트베이커리> 등 8편이 있고 연극으로 <타인의 삶>,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2편이 있다.
라이브러리컴퍼니 관계자는 “흥행에 성공한 IP를 활용해 최고의 공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성공 전략”이라며 “팬덤을 갖춘 IP는 확장성이 뛰어나 기획·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라이선싱을 추진해 매출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 57개에 창작진 50명, 실적 안정성 잡는다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사업전략은 실적으로 입증됐다. 올해 공연한 작품 중 절반가량이 객석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창작 초연극 중 이 정도로 흥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
라이브러리컴퍼니가 경쟁력 있는 IP와 창작진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은 배경이기도 하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라이브러컴퍼니가 확보한 IP는 총 57개에 이른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만화 ‘신의 물방울’과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이 대표적이다. 보여준 작품보다 보여줄 작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50여명의 창작자와 계약을 맺어뒀다. 이 역시 국내 최대규모다. 대량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공연하기 위해서다. 창작진의 수준도 높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만든 윌 애런슨과 박천휴 씨,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과 이선영 씨, <마리퀴리>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최종윤 씨 등이 라이브러리컴퍼니와 손을 잡았다.
경쟁력 있는 IP를 기반으로 한 공연을 대량 공급하는 전략은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1년 내내 공연을 지속하며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익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공연이 흥행에 실패해도 다른 공연이 성공하면서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김명은 라이브러리컴퍼니 최고콘텐츠책임자(COO)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IP를 공연 외에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검증된 IP, 뛰어난 창작진과 협력으로 라이브러리컴퍼니만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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