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그 이후]삼양패키징, SK지오센트릭 '콜옵션'이 밸류 변수①신설법인 '삼양에코테크' 지분 49% 확보 가능, 재무건전성 강화 흐름 긍정적
김소라 기자공개 2024-12-30 08:39:46
[편집자주]
기업은 전략적으로 분할을 결정한다.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각기 분할 의도나 목적은 제각각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장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가치 재평가, 재무 융통성 확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후속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하나였던 몸체가 둘로 나뉘는 만큼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간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100여 곳 이상이 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당초 도모했던 기대 효과가 실현되고 있는지 THE CFO가 이들의 밸류 및 재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09: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트(PET) 용기 제조사 '삼양패키징'이 영업 측면에서 안정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음료 무균 충전 시스템 '아셉틱(Aseptic)' 사업부문이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커버리지 지표를 끌어올리는 등 영업 호조는 긍정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다만 중장기적으로 경영상 불확실성도 안고 있다. 종속법인 '삼양에코테크' 기업공개(IPO) 등 내재가치 약화와 관련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으나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SI) 등 지배구조 변동 여지가 있는 조건 탓이다. 최근의 밸류가 분할 당시 대비 낮게 형성된 가운데 기존 주주에겐 추가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인 삼양그룹은 페트 용기 사업과 관련한 별도법인 2곳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단독 법인 체제에서 사업부 분리를 통해 이 같은 각자 경영 구조를 갖췄다. 페트 제조를 맡는 삼양패키징과 재활용 사업을 하는 삼양에코테크로 영역을 구분했다. 2022년 말 물적분할을 통해 체제를 수립했다.
분할 후에도 재정 관리는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별도 기준 수익성 지표들이 분할 이후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페트 생산능력(CAPA)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 성과가 주효했다. 동시에 원재료인 페트칩(PET Chip) 단가 하락도 작용했다. 마진 확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지난해 삼양패키징 별도 영업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약 35% 증가한 316억원을 기록했다.
분할 후 존속법인의 영업 성적 훼손이 미미했던 것은 비교적 단순한 경영 방식을 견지했던 영향이다. 삼양패키징은 기존에 지분투자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 전략은 펼치지 않았다. 관계사, 자회사 등이 별도로 없다 보니 단기간 급격히 외형을 키우거나 영업 외 손익을 대거 인식하는 사례 등도 제한됐다. 분할 이후에야 삼양에코테크를 단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 식이다.
각 사업부문의 선전은 연결 재무제표에 오롯이 반영되고 있다. 영업 역량 강화에 따라 최근 현금 창출이 증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동시에 채무 부담을 상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요 재무 안정성 지표인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수치가 하락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지표는 물적분할 당해 급등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근래 다시 안정화됐다. 올 3분기 말 삼양패키징 연결 순차입금/EBITDA는 1.8배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는 밸류에 담기지 않고 있다. 아셉틱 페트 사업에 대한 주도적 지위 및 페트 재활용 신사업과 관련한 투자 포인트를 부각하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달 삼양패키징 시가총액은 2600억원대 수준이다. 분할 전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위축된 상태다.
향후 삼양에코테크 경영 향방도 밸류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IPO를 통해 지분 희석이 이뤄지는 경우다. 삼양패키징이 신사업 부문인 삼양에코테크 성장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기업가치가 기존 대비 쪼그라드는 식이다. 분할 존속 법인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화되는 셈이다.
분할 최초 조건만 보면 이러한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향후 신설법인 삼양에코테크에 대해 유의미한 잠재 전략적 투자자가 포함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이는 삼양패키징이 페트 재활용 사업과 관련해 'SK지오센트릭'을 협력사로 설정한 영향이다.
기설정된 세부 조건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삼양에코테크에 대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총 49%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삼양패키징도 SK지오센트릭에 대한 매수청구권(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해 당장 행사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규정 상 현재로선 삼양패키징이 삼양에코테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SK지오센트릭 측의 콜옵션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기간 상의 문제는 아니다"며 "삼양에코테크 IPO는 강화된 물적분할 기업 규정과 상관없이 내부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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