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가 리포트]'찬바람' 분 화장품 빅3, '밸류업'으로 승부수[뷰티]②'수익성 개선' 목표 설정, 주가 부양에 '총력'
김혜중 기자공개 2025-01-02 14:38:43
[편집자주]
올해 유통가는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K-컬처 인기로 식품사나 화장품 ODM 기업들은 해외에서 훨훨 날았으나 내수경기 침체로 이커머스와 패션회사들은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 2025년에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유통산업 내 섹터별로 기업을 분류한 후 올해 한 해 흐름을 정리하고 전망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통적으로 K-뷰티를 이끌어 왔던 '빅3(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의 2024년은 '기대 이하'였다. 대중 화장품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중국의 소비부진에 타격을 크게 받았고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각자 비중국 지역 공략을 위한 M&A, 브랜드 리뉴얼 등 활로를 모색하는 단계다.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은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이에 빅3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밝히면서 공통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3사 모두 주가가 상승세를 타던 과거에는 안정적인 ROE가 기반이 됐기에 체질 개선을 통한 주가 회복을 공략하고 있다.
◇실적 반등은 '아직', 주가도 함께 '주춤'
올해 3분기까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화장품 빅3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성장률은 각각 1.6%, -0.6%, 3%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그동안 매출액이 역신장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반등 단계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한 양상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북미를 주요 영토로 활동하고 있는 코스알엑스가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실적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4157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애경산업 역시 435억원으로 13.5% 줄었다.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올해(1월 2일 기준가~12월 24일 종가 기준) 화장품 빅3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은 마이너스(-) 22.7%, LG생활건강은 -11.8%, 애경산업은 -23.8%를 기록했다.
아직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매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코스알엑스가 자회사로 편입되기 이전 해외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화권으로부터 나왔다. LG생활건강도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해외 매출의 38%가 중국으로부터 나왔다.
빅3의 부진한 실적은 올해 K-뷰티가 역대급 호황기에 들어섰다는 점과 대비된다. 올해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출액이 늘어났고, 빅3가 아닌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수요가 함께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화장품 수출액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전체 74억달러 중 중국이 20.2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미국 14.3억달러, 일본 7.4억달러가 이었다. 다만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억달러가 감소했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5.5억달러, 1.3억달러가 증가했다. 중국을 주요 무대로 활동하던 빅3가 아쉬운 실적을 거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한 인디브랜드가 떠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아직까지 가장 큰 시장으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은 맞지만, 시장 성장성을 살펴볼 때 인디브랜드의 약진은 K뷰티의 중화권 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배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밸류업 계획' 발표, 공통된 과제 '수익성 개선'
다소 부진한 실적과 함께 주가도 침체된 양상을 보이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은 정부 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의 일환으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세 회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수익성 개선’이었다. 뷰티 업계에서는 ROE와 PBR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면서 과거 2010년대 주가를 안정적인 수익성이 견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경영 실적 악화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자기자본이익률(ROE)뿐 아니라 주가순자산비율(PBR)까지 끌어내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ROE를 2024년부터 2027년까지의 ROE 평균치를 7~8%로 설정했다. 이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평균 ROE 3.4%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를 위해 비중국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초 화장품 회사 ‘코스알엑스’를 올해 4월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실제로 코스알엑스의 편입 효과로 2024년 3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외에도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도 서구권 지역에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ROE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을 2023년 7%에서 2030년 10% 이상까지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시에 매출도 10조원을 기록해 연평균 5%대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시장을 역으로 공략하고 있다. 주력 럭셔리 브랜드인 ‘더후’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리빌딩하고 있다. 그 결과 2024년 3분기 중국향 매출액은 1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여기에 중화권 외 지역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기업 인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2027년까지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매출액 1조원, ROE는 10% 이상을 유지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말 애경산업의 ROE가 10.2%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수익성을 담보한 외형 성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산업은 AGE20's와 LUNA로 대표되는 글로벌 브랜드의 판로 확장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지역에 팝업스토어 등의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주요 버라이어티샵과 드럭스토어 등에 연이어 입점했고 실리콘투와 MOU를 체결해 미국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인수한 ‘원씽’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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