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동원F&B, 비어가는 곳간에 차입 확대 '촉각'연결현금 500억 수준, 캐파 증설 1600억 투자·회사채 만기 대응 필요
이우찬 기자공개 2025-01-07 08:18:04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4시3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원F&B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음료제품을 비롯한 식품사업 확대를 위해 1500억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유동성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8월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회사채 상환에도 대응해야 한다. 차입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동원F&B의 2024년 9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41억원으로 2023년 말(2303억원)보다 1760억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자회사를 제외한 동원F&B 본사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은 작년 9월 말 162억원에 불과했다.
연결 현금성자산 541억원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11억원,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 30억원으로 구성됐다. 총차입금(5356억원)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4815억원에 달했다.
현금 감소는 차입금 상환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총차입금은 2023년 말 6713억원에서 2024년 9월 말 1360억원가량 줄어든 5356억원을 기록했다. 총차입금 가운데 회사채 잔액이 약 940억원 감소했고 유동성장기부채가 4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적극적으로 부채를 갚는데 쓴 셈이다.
2024년은 차입 상환 기조의 해였다. 현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경우 2024년 9월까지 1989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차입 축소를 의미한다. 전년 동기 1194억원과 정반대의 현금흐름을 나타냈다.
요약하면 본업을 통한 차입 상환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곳간 사정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0일 165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유동성 확대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F&B는 유·음료제품 사업 확장을 위해 1년 4개월 동안 550억원을 투자하기로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또 냉장·냉동식품 생산역량(캐파)를 늘리기 위해 1년간 11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약 1년 동안 1650억원의 유동성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투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투자 주체인 동원F&B의 개별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년(2021~2023)간 연평균 약 1100억원을 기록했다. 1600억원 규모 투자를 고려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보유 현금만으로 빠듯한 형편으로 평가된다.
차입 중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10년을 보면 동원F&B는 꾸준히 회사채 시장을 노크해왔다. 2017년 1500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600억원을 각 발행했다. 가장 최근인 2023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1550억원치를 찍었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발행했다.
식품사업 투자뿐만 아니라 사채 만기에도 대응해야 한다. 2023년 발행한 회사채 중 850억원짜리(12-1회 공모사채)의 만기일은 올해 8월 28일로 예정돼 있다. 사채 상환과 투자 소요 등을 종합하면 추가 차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원F&B는 식품업계에서 현금 비중이 낮은 기업에 속한다. 자산총계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더벨이 분석한 주요 14개 식품업체 중 SPC삼립, 해태제과식품에 이어 하위 3번째로 이 비중이 낮았다.
자산총계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차입금의존도는 25.7%를 기록했다. 자산 100억원 중 약 26억원이 차입금이라는 의미다. 이 수치는 식품업계에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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