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법안 점검]상법개정안 탄력 붙나…정부와 이견 조율 '관건'②민주당, 이르면 올해 초 본회의 처리 계획
황원지 기자공개 2025-01-16 10:37:28
[편집자주]
작년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시를 활성화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한편, 세법과 상법 개정으로 저평가를 만든 구조를 깨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엄으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1년간 추진해온 법안 개정은 대부분 공중분해 된 상태다. 더벨은 밸류업의 핵심축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법안의 현재 진행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탄핵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상법개정안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2월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이견을 조율하면서 통과에 속도가 나는 모양새다.문제는 정부와의 이견이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은 상법이 개정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자본시장법에 보호원칙을 삽입하는 방안 추진을 명시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빠르면 올해 초 본회의에서 개정안 통과를 처리할 방침을 밝히면서 향방에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사익편취 직접적 차단 수단"
상법개정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요 주장 중 하나다. 이사의 주주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상법 제 382조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일반 주주에 대해서는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은 여기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일반 주주의 이익도 보호하는 게 골자다.
찬성 측에서는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상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사례는 다양하다. 지배주주에 고액의 보수 책정,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간 불공정한 합병 비율 기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 등이 있다. 최근 소액주주의 반발이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 책정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같은 사익편취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상법상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는 회사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지배주주의 이익 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책정된 안건이 이사회에 오른다면, 여기에 합당한 이유 없이 동의하기는 어려워진다. 이 안건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동의한다면 상법상 의무를 어기게 되므로, 배임행위로 고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거수기에 그쳤던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크게 강화되는 셈이다.
한 행동주의 운용사 대표는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여러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항상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이 새롭게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 “상법개정” VS 정부 “자본시장법상 주주보호원칙 도입”
야당에서는 상법개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의 이정문 의원 대표발의안 당론 채택이 신호탄이었다. 이전에도 박주민 의원, 이용우 의원 등이 산발적으로 의원입법을 진행해 왔으나 당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민주당이 개최한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에는 이재명 대표가 토론회 좌장으로 참여했다. 11월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에 재계 반대가 거세지자 이 대표가 직접 이견 조율에 나섰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과거엔 부동산에 의지해 왔다면 앞으로는 금융시장 쪽으로 중심을 옮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문 의원의 대표발의안 핵심 내용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크게 강화했다는 평가다.
다만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안이 후퇴하면서 이 의원안 그대로 통과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초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 측에서 먼저 꺼낸 논의다. 밸류업을 위해 지난해 상반기 도입을 주장했고 야당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에 작년 하반기 입장이 다소 후퇴했다.
정부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상법은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을 모두 포괄하는 법이기 때문에 개정할 때 부작용이 크다는 반발이 많았다. 최근 문제가 된 대부분 사례가 상장사니 상장사만을 다루는 자본시장법만 개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에 주주보호원칙을 삽입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올해에도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여전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으나 탄핵 정국에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밸류업을 위해 합병, 분할시 이사회의 주주 이익 보호규정 신설 등 일반주주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에서는 이르면 올해 초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하되, 상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반영하는 건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정부안이나 민주당안 어느 쪽이든 통과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본시장법으로 상장사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재계의 지적도 합리적"이라며 "행동주의나 ESG 펀드들의 활동은 주로 상장사에 집중돼 있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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