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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14조 쌓은 직접수탁, 한국금융지주는 '글쎄' 한국증권 진출 추진, 지주서 미승인...사업 수익성 설득 관건

황원지 기자공개 2025-01-21 14:55:51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펀드 수탁 신사업을 둘러싸고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최종 결정에 눈길이 쏠린다. 그간 직접수탁 시장 진출을 준비했지만 지주측에서 미온적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비즈니스의 초기 투자비용이 큰 만큼 수익성에 대한 설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수탁사업은 당초 은행의 텃밭이었으나, 사모펀드 사태를 기점으로 증권사들이 진출을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을 선두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 참전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신한투자증권까지 준비를 시작하면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을 가진 하우스 중에서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이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PBS 파트는 지난해부터 수탁사업 진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측에서 미온적 스탠스를 취하면서 잠재적 먹거리에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업계획보고에도 해당 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PBS는 신년보고와는 별개로 올해에도 수탁사업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하고자 사전 채비에 나섰던 만큼 추진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진출하지 않기로 했으나 작년부터 기조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탁사업 진출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가야 할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초기 투자비용을 꼽는다. 수탁 서비스는 직접 자금을 계좌로 받고 송금하는 업무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초기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든다. 수십년 간 신규 플레이어 없이 은행들이 시장을 독점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력 규모가 큰 점도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현재 NH투자증권의 수탁 파트에만 20명 가까운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수탁업계 큰손인 KB국민은행은 수탁부만 70~80명에 달한다. 기존 PBS 업무를 맡은 직원 수보다 더 많은 인원을 신규채용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수탁 업무를 잘 아는 인력은 대부분 은행에 있어 구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수익성에 대한 설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탁사업은 규모의 경제다. 인프라를 갖춰놓기만 하면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하고 수탁고 증감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결국 수탁고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직수탁 시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가 열쇠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직접수탁 서비스가 사모운용사를 넘어 종합운용사까지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를 합친 펀드 시장은 약 1000조원 정도”라며 “이중 PBS가 담당했던 건 60조~70조 남짓의 헤지펀드 시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직접수탁을 하고 있는 대부분 증권사의 주력 고객층은 아직 기존 PBS가 담당하던 사모운용사들이다.

앞선 관계자는 “리테일 중심 사모펀드 시장을 넘어서 규모가 큰 기관자금을 운용하는 종합운용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며 “500조~600조원에 달하는 기관 펀드들이 지금은 대부분 은행을 수탁사로 이용하고 있는데, 여기를 공략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수탁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경우 이 부분이 증명돼야 본격적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PBS의 펀드 수탁 비즈니스 진출은 NH투자증권이 처음 시작했다. 2019년 라임, 옵티머스 사태 이후로 은행이 사모펀드 수탁을 꺼리면서다. 이에 증권업계 최초로 직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수를 뒀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초기투자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했다. 은행업권에서 경력을 채용하면서 인력풀도 충원했다.

수요가 넘쳤던 만큼 수탁고는 빠르게 커졌다. NH투자증권은 직접수탁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만에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말 12조원을 넘겼고 현재 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수탁고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수탁 파트 자체적으로 낸 수익이 커지면서 손익분기점(BEP)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독점으로 진입 문턱이 높았던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가능성을 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참전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2023년 하반기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현재 약 3조5000억원 내외의 수탁고를 달성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PBS 사업을 재가동하면서 수탁 비즈니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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