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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하나금융, 부회장 활용법 '확실한 후계→경쟁 구도' 구축②최근 10년 숏리스트 합류 부회장 '1명' 관행…이번엔 이승열·강성묵 '2인' 포함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21 12:56:42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13시5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은 최근 10년간 차기 회장 숏리스트를 꾸리면서 부회장단을 모두 후보군에 포함하지 않았다.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차기 후보로 꼽힌 인물은 항상 1명 뿐이었다. 부회장단을 차기 CEO로 육성하고 검증하기보다 현직 회장이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는 승계 구도가 짜여졌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경영승계에서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승열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이 나란히 사내이사로 등재된 데 이어 숏리스트 후보군에 포함되면서다. 현직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건 기존 숏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특정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던 관행에서 벗어났다.

◇전임 회장 시절 부회장단 '핵심 참모·차기 후보' 구분

함 회장과 김정태 전 회장은 부회장직을 거쳐 회장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태 전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 재직 마지막 해인 2011년 3명의 부회장 중 1명이었고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면서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인 2016년 부회장이 됐고 6년간 부회장으로 재직한 끝에 2022년 회장에 취임했다.


함 회장과 김정태 전 회장은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됐으나 모든 부회장이 회장 도전 기회를 가진 건 아니다. 김정태 전 회장이 재직한 10년간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1~3명의 부회장을 뒀으나 대부분은 경영승계 절차에서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2014년 경영승계 때는 장승철 전 부회장이, 2017년에는 김한조 전 부회장이, 2020년에는 함 회장(당시 부회장)이 숏리스트에 포함돼 김정태 전 회장과 경쟁하는 구도였다. 여기에 계열사 CEO 또는 외부 인사가 추가되면서 숏리스트가 완성됐다. 후계자 육성과 검증을 목적으로 부회장 제도가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측근을 핵심 참모로 활용하거나 계열사 CEO 출신 임원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부회장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부회장들과 달리 함 회장 만큼은 2020년, 2021년 연속으로 숏리스트에 선정되면서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입지를 굳혔다. 함 회장과 함께 부회장으로 재직한 이진국 전 부회장, 지성규 전 부회장, 이은형 부회장 모두 숏리스트에 포함된 전력이 없는 것과 차이가 있다. 김정태 전 회장이 70세 나이 규정에 저촉돼 2021년 숏리스트에서 빠지면서 함 회장은 6년의 부회장 시절을 뒤로하고 회장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같은 부회장 제도 운영은 김정태 전 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뒷받침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직 회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연임 또는 염두에 둔 후계자 선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후계자로 '육성·검증', 존재감 커진 부회장들

함 회장 취임 후에는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회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개시된 경영승계 절차에서 이승열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 2인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부회장 2인이 숏리스트에 포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다 경쟁 구도를 구축한 건 금융감독원을 의식한 행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이나 후계자 지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임기 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하나금융은 숏리스트에 특정 부회장만 포함되거나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임원이 합류하면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분류되면서 부회장단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부회장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 나이 규정 상 함 회장은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다. 함 회장 체제가 3년 더 이어지면 부회장들은 회장을 보좌하고 그룹 핵심 업무를 책임지는 것 외에도 차기 회장으로 육성, 검증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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