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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KB금융, 부문장제 도입 '부회장제 부활' 서막①지주 회장-부사장 중간 직위 부여…이재근·이창권 '양대 부문장', 양종희 회장 뒷받침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17 12:43:55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5:3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갖고 있는 KB금융은 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2인자' 임원들의 위상도 남다르다. 대표이사 회장과 부사장급 임원들의 중간에 해당하는 직위를 부여하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취임 전에는 부회장 제도를 운영했고 올해부턴 해당 임원들의 직위를 부문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올초 이재근 글로벌사업본부장과 이창권 디지털부문장 겸 IT부문장이 취임하면서 사실상 부회장 제도 부활 수순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CEO 승계 폐쇄성의 원인으로 부회장의 존재를 지목하면서 KB금융은 지난해 제도를 폐기했으나 올해는 부문장을 내세웠다. 직위명이 다를 뿐 주요 계열사 CEO 출신에게 지주 핵심 보직을 맡긴다는 점에서 기존의 2인자 시스템과 같다.

◇명맥 이어진 '핵심 계열사 CEO→지주 2인자' 이동 관행

KB금융은 올초 이재근 부문장과 이창권 부문장에게 각각 글로벌사업부문, 디지털부문·IT부문을 맡겼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각각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대표를 맡았으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연임하지 못했다. 2024년초 부회장제가 폐지됐던 탓에 이들의 퇴임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으나 부문장 직위를 부여받고 그룹 키맨으로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직위명을 부문장으로 했을 뿐 KB금융이 명맥을 이어 온 부회장 제도와 같은 맥락의 인사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재직 시절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CEO 임기를 마친 인사들을 지주 부회장으로 기용해왔다. 양 회장도 KB손해보험 대표 경력을 발판으로 지주 부회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2인자 격 임원이 담당하는 부문도 전과 유사하다. 과거 부회장들은 글로벌사업부문, 디지털·IT부문, 개인고객부문을 맡겼다. 글로벌 비즈니스와 디지털 혁신은 금융권을 관통하는 아젠다로 꼽혀 담당 부문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개인고객부문은 리테일 채널과 영업에 특장점이 있는 KB금융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현재 개인고객부문은 존재하지 않고 신임 부문장 2인은 나머지 부문을 나눠 맡았다.

부회장에서 부문장으로 부득이 직위명에 변화를 준 건 금감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2023년 12월 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공개하면서 부회장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그는 부회장제가 회장의 셀프 연임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으나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을 차단해 폐쇄성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양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올라선 지 한달 만에 이같은 입장이 나오면서 KB금융은 이듬해 부회장제를 폐지하고 부사장급 임원들로 지주 조직을 구성해야 했다.

*KB금융 부문·담당 조직도(2025년)

◇양종희 회장 임기 중 핵심 과제 분담

양 회장이 부담을 감수하고 2인자 시스템을 재가동한 데는 방대한 조직을 함께 운영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KB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의 자산, 인력,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양 회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세우되 그를 뒷받침할 복수의 키맨이 있어야 원활한 경영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사업부문, 디지털부문이 갖는 특수성도 고려했다. 재무, 리스크, HR, 브랜드, 준법감시 등 금융지주가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과 달리 글로벌사업부문, 디지털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특수 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정상화와 AI, 플랫폼 기반 영업 경쟁력 강화는 양 회장 취임 전부터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아젠다다.

이재근 부문장과 이창권 부문장이 각각 글로벌, 디지털 분야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계열사 CEO 출신이라는 점도 리더십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KB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고객 데이터 관리와 플랫폼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업무 관련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밑에선 잠재적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만큼 계열사 CEO와 임직원이 2인자를 따르게 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 제도가 운영되면 제왕적이라고 평가받는 회장의 권한이 분산되는 측면도 있으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금감원의 시각은 부정적이지만 KB금융처럼 그룹 자산 규모가 크고 계열사 수가 많은 금융지주일수록 부회장제 필요성이 제기되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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