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재판 새 국면, 김범수 컨펌 진술 '번복' 2023년부터 두 번 바뀐 입장, 기억도 '오락가락' 신빙성 '뚝'
최현서 기자공개 2025-02-10 09:21:46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1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맥상 '확인했다'는 내용만 포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가 말한 '(김범수 카카오 경영혁신위원장의) 컨펌'이라는 용어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 전략투자부문장이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8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부문장은 김 위원장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컨펌(확인)' 발언을 한 장본인이다. 이번 공판기일에서는 컨펌이라는 단어가 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위원장 구속 이끈 '승인' 진술 "기억 안 난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이 전 부문장이 처음부터 '컨펌' 진술을 한 건 아니다. 이 전 부문장은 2023년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가 행한 불법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부문장이 입장을 바꿔 처음으로 '컨펌' 진술을 한 건 2023년 11월이다. 그는 당시 두번째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카카오가 김 위원장의 승인을 바탕으로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못을 박았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 전 부문장은 "배 전 총괄대표가 브라이언(김 위원장의 영어 이름)의 컨펌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그랬던 이 전 부문장이 이번 공판을 통해 컨펌이란 단어가 쓰인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컨펌이란 단어가 쓰인 게 기억나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대해 이 전 부문장은 "지금은 더 오래 시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단어 하나가 기억나거나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승인이 있었다고 확신했던 이전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이 전 부문장에 따르면 컨펌 진술이 언급된 배경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의 불만 때문이었다. 배 전 투자총괄은 이 전 부문장의 휴대폰을 통해 지 회장과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며 "1000억원 규모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입해달라. 이후 카카오가 SM 주식 14만~15만원, 혹은 그 이상을 공개매수가로 불러 지 회장이 매입한 주식을 사겠다"며 "이후 남은 주식은 블록딜 등을 거쳐 매입해 지 회장이 손해를 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오르지 않자 지 회장은 이 전 부문장에게 "원아시아파트너스 혼자만 SM 주식을 사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 전 부문장이 배 전 투자총괄에게 지 회장의 불만에 대해 전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배 전 투자총괄이 "브라이언의 컨펌을 받았다"고 이 전 부문장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문장은 이러한 배 전 투자총괄의 발언을 통화로 지 회장에게 알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지 회장의 불만 이후 이 전 부문장과 통화한 내역이 남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변호인단의 반박에 1분 가량 말을 잇지 못 한 이 전 부문장은 "그 다음날 통화했거나 그랬을 것"이라고 답변하다가 "텔레그램도 섞어서 연락하기 때문에 통화 내역이 안 남을 수도 있다"며 진술을 계속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모순'에 빠진 이 부문장 "1억은 큰 돈 아냐"
이날 공판에서는 이 전 부문장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 씨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던 2023년 3월 직전까지 윤 씨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인 매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전 부문장은 이날 공판에서 "30억원 규모의 SM 주식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부문장은 그의 재산을 관리하는 한 펀드매니저에게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이 13만2000원까지 오르면 아내가 갖고 있는 SM 주식을 전량 매도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전 부문장의 주장대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카카오가 의도한 가격까지 오를 예정이었다면 이 전 부문장이 윤 씨가 보유한 SM 주식을 13만2000원에 팔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이 전 부문장이 이 가격에 배우자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모두 팔았다면 공개 매수를 저지하려는 카카오의 의도를 몰랐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재판부도 이 전 부문장에게 이런 점을 물었다. 재판부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 전 부문장은 더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팔 수 있었다"며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문장은 "실제로 배우자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다 팔았는지 기억하지 않는다"며 "당시 차익으로 1억원을 벌었는데 더 큰 이익을 보려면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1억원은 외람된 말이지만 큰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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