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s View]'트럼프 2기'의 배터리3사, 불확실성에 신중 모드LG엔솔 "단기적 성장세 둔화, 과잉투자 방지"…삼성SDI "단기간 실적 회복 어렵다"
고진영 기자공개 2025-02-19 08:04:30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별 기업이 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CFOs View는 기사 형식으로 담아내기 부족했던 CFO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콘텐츠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재무, 인수·합병(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CFO들의 발언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3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opic]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한 배터리3사 전망과 대응
[THE CFO's Summary]
대부분의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가 오긴 올거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거죠. 수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약속했을 때만 해도 시장이 장밋빛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We will revoke the electric-vehicle mandate, saving our auto industry and keeping my sacred pledge to our great American auto workers.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을 살리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나의 신성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지난달 있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인데요. 첫날부터 뜸도 안들이고 전기차 공격부터 시작했네요. 그런데 트럼프가 말하는 ‘electric-vehicle mandate(전기차 의무화)’가 뭘까요. 공식적으로 그런건 없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전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장려정책을 의무라고 부르며 비판해왔죠. 전기차 시장은 민주당 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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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정책은 글로벌 시장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해 전기차 구매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있고요. 그밖에도 배터리 제조를 위한 보조금,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주는 저렴한 대출, 배출가스 없는 차량을 더 많이 판매하도록 완성차 회사들을 압박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이제는 전부 사라질 수 있는 정책들이죠.
2021년 여름, 바이든은 백악관 앞에서 플러그인 전기 지프차를 타고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There's no turning back(이제 되돌릴 수 없다)”고 선언했지만 글쎄요. 트럼프는 되돌리려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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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장려 정책들이 사라지면 시장엔 어떤 타격이 올까요. 미국 스탠포드와 듀크, 시카고,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교수들은 세액공제가 없어질 경우 연간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30만대 넘게 줄어들 것이란 연구결과를 작년 10월 내놨습니다. 2024년 판매량의 약 3개월치에 해당하죠.
독일의 사례도 보겠습니다. 지난해 독일에선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27% 급감했는데요. 정부가 자동차 구매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줄였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에서 일어나는 일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를 아시겠죠.
물론 트럼프가 세액 공제를 완전히 폐지하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의회의 법안 통과가 필요하거든요. 공화당 의원들이 전기차 장려책 철회에 무조건 동의하리란 법도 없어요. 전통적으로 이들의 핵심 지지층인 테네시나 켄터키 같은 지역에서 공장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가 될테니까요.
또 취침 직후 트럼프가 전기차 보급 확대정책의 폐기를 포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긴 했어도 행정명령만으로 법률을 무효화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다만 공제 적용기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제 혜택을 받는 차량의 수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아무튼 세계 자동차산업은 가솔린 엔진에서 전기 모터로 전환하고 있고, 이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흐름은 뒤바꾸기 힘들만큼 꽤 강력합니다.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백악관에 누가 있든 전기차 확대에 매진할 수밖에 없고요. 이미 투자한 생산시설에서 수익을 올려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 전환의 속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죠.
불확실성의 여파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에게도 미쳤습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3사가 나란히 매출 후퇴를 기록했거든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년 대비 각각 24%, 23%가 감소했고 SK온의 경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합병 효과를 제외하면 51% 정도 줄었습니다.
전기차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 성장을 멈춘 적은 없는데 왜 배터리3사 매출은 축소됐을까요. 완성차업체들이 재고를 먼저 소진하고 있기도 하고 배터리 판매단가가 떨어진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당분간은 고객사들이 재고를 타이트하게 운용할 것으로 예상되네요.
시장이 불안해지자 배터리업체들은 시장의 성장을 중장기적으론 낙관하면서도 일제히 투자 축소 기조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작년만 해도 투자일정엔 변동 없다며 뚝심을 유지했던 삼성SDI 역시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시장에 대한 3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전망과 전략을 보겠습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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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배터리 시장의 수요를 내다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외부 전문기관과 고객 수요를 분석했을 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용량 기준으로 작년 대비 20% 중후반 성장이 예상됩니다.
또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가 심화되는 분위기에서 LG에너지솔루션처럼 북미 시장을 개척해온 회사들은 선진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전기차의 빠른 성장을 견인해오던 정책과 규제들에 변화가 생기면 단기적으로는 수요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른 영향에 대해선 면밀히 분석 중에 있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방향성을 살펴보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고, 직접적인 생산이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등은 변동 가능성이 높게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 정책이 변경될 경우 하방 리스크에 대해서도 예의주시 중입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관세나 보조금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 전동화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시장과 고객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과잉 투자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자산 건전화에 방점을 두고 진행하고자 합니다.
삼성SDI 김종성 부사장(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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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4년 중국 중심의 성장에서 올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환, 전년 대비 약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크로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와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는 기여 요인으로 보지만, 미국 내 전기차 관련 혜택이 축소되고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 등 시장 회복을 지연시킬 요인들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객사들은 재고 조정을 우선 진행하고 있어서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재고 조정이 완료되는 하반기 정도엔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SDI 김윤태 재경팀장
"투자계획 보수적 조정"
전방 수요 불확실성에 따라 보수적 기조 하에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거점별 상황에 따라 기존 라인을 활용해서 신규 라인 증설비용을 줄이거나 시기를 조절하는 등 투자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아라서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경훈 SK온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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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친환경 정책 규제 완화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성장세 회복의 지연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각국의 연비 규제 등 친환경 정책 지속 효과, 전기차 라인업과 충전 인프라 확대 등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시장 조사 기관들도 장기적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견조한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2025년에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성장세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현욱 SK온 재무지원실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경쟁력"
트럼프 정부에서 IRA의 전면적인 폐기보다는 세액공제 등 일부 제도와 요건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로 파악된다. 당사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한 결과 같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
세액 공재의 경우 철폐나 축소가 되면 수요에 영향을 주겠지만 결과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은 출시되는 자동차의 경쟁력이다. 보조금 요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판매가 잘됐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보조금이 없어진다고 해서 중대하게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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