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경영컨설팅회사 러셀 레이놀즈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관련 큰 변화가 발생했다. 2024년 말 미국연방법원(5th Circuit)은 나스닥의 다양성 관련 공시규정을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 SEC는 2025년 1월 24일 자로 다양성 요건 규칙을 삭제한 공시규정을 신속히 승인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아직 다수의 생각이지만 강제공시규정이 없게 되면 상장기업들의 실무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이 움직임과 병행해서 블랙록은 작년 12월에 2025년 주주총회 시즌에 적용될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블랙록은 최소 2인의 여성 이사와 1인의 소수그룹 이사를 포함해 30%를 소수그룹으로 한다는 다양성 지표를 폐기했다. 물론, 개별 기업별로 의결권 행사를 조정할 여지를 두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블랙록의 다양성 관련 방침 폐기로 본다.

뱅가드도 1월 31일에 수정된 새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뱅가드는 지금까지 수치를 사용한 가이드라인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성별, 인종 등 기준을 고려한 다양성을 배려한다는 일반적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 상장기업들은 전문성, 경험, 식견, 성품 등을 고려해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고 그 결과 이사들은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효과적이고 독립적으로 이사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의결권자문사 ISS도 2월 11일 자로 지침을 개정했다. ISS는 이사의 선임에 관한 의결권자문을 함에 있어서 다양성에 관한 배려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ISS의 자문을 받지 않는 투자자와 일반 기업들도 물론 ISS의 방침을 참고한다.
비상장회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회사들도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상장회사에 준하는 지배구조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이래로 여성 1인을 포함한 최소한 2인의 다양성 관련 이사를 보유하지 않는 회사의 기업공개를 주관하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2월 11일 자로 그 방침을 폐기했다. 물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론은 고수한다고 전제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DEI를 표방했던 전 정권의 방만한 국정운영과 국고 낭비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고 미국의 국민 여론은 대체로 새로운 정부의 정책과 그 집행에 일단 긍정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정 운영의 모든 측면과 인사원칙에서 능력이 기준이라고 천명하고 급속도로 그 원칙을 집행하고 있다. 기업들도 그에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고려보다는 경제성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치가 기업지배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큰손들의 새로운 방침은 그동안 진행되어 온 ESG와 DEI 관련 투자 및 그 결과와 상치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논란과 충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그동안 다수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ESG와 DEI를 중요한 아젠다로 삼아 상장회사들의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전략을 썼다. 반대로 기업들은 최근의 변화가 있기 이전부터 기업경영에서 ESG와 DEI가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 경향이 마침 새로운 정치와 맞물려 본격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인데 향후 시장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과 자본의 상호 입장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아티피오, 투자증권 정정 후 통과…핵심은 '배당소득세'
- [i-point]소룩스 "주가하락 반대매매 탓, 임상·합병 추진 계속"
- 파인밸류운용 꽂힌 PGT…2차전지 리튬염 생산 본격화
- [i-point]아이티센 "금 품귀 현상, 조각투자·개인거래 등 대안 주목"
- 무뇨스 현대차 사장, 첫 타운홀 미팅…'3H 청사진' 의미는
- '현대엔지 시공' 신광교 클라우드시티 '반도체 수요 겨냥'
- 에스이인터, ‘젤라또피케’ 브랜드 안착…사업 다각화 순항
- [에이유브랜즈 IPO]무신사 플랫폼 동반성장, 브랜드 발굴 '성공작' 나올까
- [주주총회 프리뷰]주주서한 받은 농심, '기업가치 정상화' 요구 배경은
- [Company Watch]현대지에프홀딩스, 재무 청사진 '순차입금 20% 감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