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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재미있는 은행 이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5-02-17 08:36:15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4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는 은행이 ‘다섯째 셋째 은행’(Fifth Third Bank, 5/3 Bank)이다.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21대 은행이다. 자산 규모 2,130억 달러에 미국 11개 주에 걸쳐 지점 수 1,100개다. 은행 이름이 특이한 이유는 1909년에 있었던 합병 때문인데 Third National Bank와 Fifth National Bank가 합병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Fifth Third가 Third Fifth보다 낫다고 여겨서라는데 당시 Fifth는 와인이나 주류의 기본 용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소재 트루이스트 파이낸셜(Truist Financial)은 가장 이상한(dumbest sounding) 이름의 은행이라고 인터넷에서 뽑혔다. ‘다섯째 셋째 은행’과 1위를 다툰다. 2019년에 BB&T (Branch Banking and Trust Company)와 SunTrust Banks 가 합병해서 탄생했다. 자산 5,140억 달러, 지점 수 2,781개로 미국 10대 은행에 든다. 그전에도 BB&T라는 이름이 이상하다고들 했는데 합병으로 ‘더 이상한’ 이름을 붙였다고들 한다. 우리말로 한다면 ‘진실 은행’쯤 될 것 같다. 은행 이름으로는 사실 이상하다.

신시내티의 5와3은행 본부 (위키)

라보뱅크(Rabobank)는 네덜란드 유트레이트 소재 은행이다. 네덜란드에서 자산 2위의 대형 은행이다. 이 은행 이름이 재미있는 이유는 영어로 ”Rob a bank“처럼 들릴 수 있어서다. 오픈뱅크(Open Bank)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다. 산탄데르은행 계열이다. 문을 열지 않았을 때도 오픈뱅크다. 1967년 미국 위스컨신에서 출범한 Incredible Bank는 같은 지역에 2005년에 설립된 Integrity First Bank를 인수했다. 꾸며낸 농담이 아니다.

인크레더블뱅크 (홈페이지 캡처)

특이한 이름의 은행으로 LA에 주로 한국계 고객들과 거래하는 희망은행(Bank of Hope)이 있다. 좋은 느낌을 준다. 1980년에 출범 했을 때는 월셔뱅크였다. 코리아타운에 본점을 둔다. 나스닥 상장기업이고 약 1500명이 일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씨티그룹이나 체이스 다 특이한 이름들이다. 익숙해졌을 뿐이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Red Bank가 여러 군데 있고 온라인 은행 중에는 오클라호마의 레드넥 (Redneck Bank)도 있다. 레드넥(촌뜨기)은 All America Bank가 주인이다.

올드글로리은행(Old Glory Bank)은 의사 출신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주택도시개발부장관을 지냈던 벤 카슨 주도로 출범했다. 카슨은 최초로 샴쌍동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신경외과 의사였다. 2022년 에 120년 역사를 가진 오클라호마의 First State Bank of Elmore City를 인수해서 이름을 올드글로리로 바꾸었는데 올드글로리는 미국 성조기의 별명이다.

올드글로리은행은 고객의 비밀을 특히 강조한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기밀을 유지한다는 점을 표방하는데 스위스 은행을 연상시킨다. 온라인 위주이고 군과 경찰, 소방관, 국경수비대 등 공적 영역 종사자들을 우대한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컨트리 뮤직 스타 존 리치, 라디오 쇼 호스트 래리 엘더, 전 오클라호마 주지사 메리 폴 린-크리스텐슨 등이 공동 설립자다.

미국 밖에서는 프랑스의 악사(AXA)가 있다. 보험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BNP 파리바와 함께 프랑스 최대의 금융기관이다. AXA라는 이름은 머릿글이 아니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이름으로 만든 것이다. 1985년에 전문가들 을 동원해서 작명을 했다.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필요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Mutuelles Unies/Drouot였다. 잘 고친 것 같다.

사실 익숙해서 그렇지 우리은행도 특이한 이름이다. 영어로 ‘Our Bank’가 된다.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서 탄생했던 우리은행은 원래 한빛은행이었다. 한빛은행도 영어라면 ‘Big Light Bank’나 ‘Great Light Bank’였을 것이다. ‘Peace Bank’ 평화은행과 합병해서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당시 사소하지만 이런저런 불편이 있었다. 영문 상호가 Our Bank가 아니고 Woori Bank인 이유다. 특히 은행 자체에서 ‘우리 은행은’ 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했다. 저희 은행 이라고 하면 되는데 예금자나 거래처도 남의 은행과 거래하면서 우리 은행이라고 부르는 이상함이 있었다. 지금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은행이어서 불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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