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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두 푸르덴셜 이야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5-02-03 09:01:39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09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는 독일의 알리안츠(Allianz)다. 미국의 버크셔와 푸르덴셜을 앞선다. 보험회사 랭킹은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데 알리안츠의 자산은 1조 2000억 달러를 넘는다. 일본 최대인 일본생명이 7200억 달러 규모다.

알리안츠 본사는 뮌헨에 있다.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이름이 알리안츠 아레나다. 본사 건물은 영국정원 바로 서편 쾨니히슈트라세다. 내가 공부했던 뮌헨대학교에서 몇 블록만 걸어가면 나타난다. 5층 정도의 평범한 빌딩인데 좌측에 담쟁이 넝쿨로 만든 도형이 눈에 띈다. 오히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지사건물이 50층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1890년 베를린에서 해상보험과 상해보험 회사로 설립되었다. 설립자 중 한 사람이 1880년에 설립된 뮌헨재보험(Munich Re) 창업자 칼 폰 티이메였다. 1914년경까지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사업이 확장되었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타격이 컸다.

알리안츠는 나치에 적극 협조했던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나치당원이었던 CEO가 나치정부 내각에 경제장관으로 참여했다. 강제수용소를 포함해 나치의 다양한 건물과 시설물에 보험을 제공했다. 베를린 본사는 전쟁 때 손실되었고 전후 베를린이 동서로 분단되었을 때 뮌헨으로 이전했다. 회사는 1950년대 말부터 기력을 회복했다.

자산 기준으로 알리안츠 다음의 보험회사는 1875년에 설립된 미국의 푸르덴셜(Prudential)이다. 회사 로고가 지브롤터인데 지브롤터처럼 강인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1909년의 한 광고에 그렇게 나온다. 지브롤터는 바위산이 특징이어서 “바위의 한 조각을 보유하세요”라는 광고 카피도 있었다. 지브롤터는 대영제국 시절 나폴레옹전쟁, 크림전쟁 모두에 해군기지의 역할이 지대했다. 수에즈운하가 건설되고 지브롤터해협이 바빠지자 그 가치는 더 높아졌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때 가장 먼저 현지로 달려간 함대도 여기서 출발했다. 다 좋은데 미국 회사가 영국 땅을 로고로 하는 것은 특이하다.

푸르덴셜은 1875년에 뉴저지의 뉴워크에서 탄생했다. 후일 상원의원이 된 존 드라이든이 설립자다. 처음에는 장례비용보험 딱 한 가지로만 영업을 했는데 생명보험으로 확대했다. 지금도 뉴워크에 본사가 있다. 본사 건물은 크게 특징이 있는 빌딩은 아니다. 심플하게 생긴 흰색 24층 건물이다.

오히려 보스턴 백베이에 있는 52층 푸르덴셜타워가 더 유명하다. 푸르덴셜타워는 보스턴의 한 부동산회사에 매각되어서 지금은 주인이 푸르덴셜이 아니다. 보스턴의 저명 로펌 롭스앤그레이가 상층부 14개 층을 쓰고 있다. 그 빌딩에 다 모여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변호사 수가 1500명인 펌이다.
보스턴의 푸르덴셜빌딩 (빌딩 홈페이지 캡처)

시카고의 푸르덴셜빌딩은 41층이다. 1955년에 완공되었는데 대공황과 2차 대전 이후 시카고에 지어진 첫 고층빌딩이었다. 뉴욕의 메트라이프(MetLife)빌딩처럼 철도 역사와 레일 위 공간에 지어진 건물이다. 시카고트리뷴이 2018년에 자기 빌딩을 지어 이사 갈 때까지 입주해 있었다. 1990년에는 두 번째 푸르덴셜빌딩이 나란히 지어졌다. 64층으로 첫째보다 높고 머리끝에 첨탑이 있어서 기억이 잘되는 빌딩이다. 두 빌딩 다 푸르덴셜의 자산이 아니고 부동산회사가 주인이다. 바로 옆의 83층 아론센터와 함께 ‘시카고의 세 빌딩’으로 불린다.

영국에도 푸르덴셜이라는 이름의 보험회사가 있다. 2023년 매출 94억 달러, 종업원 약 15,000의 대형 금융기관이다. 본사는 런던 씨티의 펜처치애비뉴에 있다. 인근에 뮌헨리와 로이즈를 포함해 보험사들이 많이 있어서 보험타운으로 불러도 되겠다. 미국 푸르덴셜과 아무 관련이 없고 미국 회사보다 더 이른 1848년에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대부업체로 설립되었다. 런던, 홍콩에 상장되어 있고 뉴욕증권거래소에도 티커심볼 PUK로 상장되어 있다. 미국 푸르덴셜은 PRU다.

런던의 푸르덴셜빌딩 (위키)


영국 푸르덴셜의 로고는 푸르덴시아(Lady Prudentia)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를 연상시킨다. 지혜의 상징이다. 양손에 뱀과 거울을 각각 들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로고는 1986년 버전인데 첫 눈에 푸르덴시아라는 것을 알아보기는 어렵고 설명을 듣거나 찾아보아야 안다. 금융 관련 결정은 모두 매우 신중하고 편견 없이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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