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IPO 전략 점검]폐쇄성 벗고 시장 앞에 서다, '투자·승계' 이유 각양각색[총론]제약사 IPO 최근 급물살, 생존 위한 '조달' 니즈 확대
김성아 기자공개 2025-03-04 08:35:54
[편집자주]
바이오텍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제약사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안정적인 매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자사 또는 자회사 IPO에 나서며 조달시장 문을 두드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이 IPO에 나서는 본질과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약불모지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제약사들은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서의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B2C로 향하지만 굳이 소비자들에게 약을 선전할 필요도, 시장에 친화적일 이유도 없었다.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문화가 단단히 뿌리내린 배경이다.그랬던 제약사들이 최근 자본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조달'의 문을 두드린다. 특히 바이오텍이 주류였던 IPO 시장에 제약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직접 IPO를 추진하기도 자회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제네릭 및 상품 유통과 같은 과거 방식으로는 제약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새로운 비전을 꿈꾸게 됐고 이는 곧 조달 이슈로 이어지게 됐다.
◇100년 역사 제약사, 갑작스런 조달니즈 '성장 답보'
2024년 IPO 시장은 제약바이오 업계 입장에서는 해빙기고 평가된다. 더벨이 집계한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은 24곳이다. 20곳은 공모를 통해 직접 상장했고 4곳은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시장에 입성했다. 이 가운데 흔히 '제약사'로 분류되는 제약사는 단 1곳도 없었다.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여러 기준이 있지만 업계서는 통상 1990년 벤처 붐이 일 무렵 태동한 바이오 기업들을 바이오텍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 제네릭 등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던 회사들은 제약사로 분류한다.
상위제약사인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은 모두 1920년대, 늦어도 1960년대 모태가 설립됐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미 일찍이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제약업계 최초로 상장한 유한양행의 경우 상장 시기가 무려 1962년도다.
이미 시장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상장을 택하지 않기도 한다. 제약사들은 대개 창업주 일가가 오너 경영을 하는 곳이 많은데 상장 시 지분 희석을 우려해 상당수 비상장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비상장 제약사 및 자회사 상장 준비, 생존 위한 조달 이슈
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자본시장을 찾게 됐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파이프라인 및 신성장 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됐고 이는 조달 수요로 이어졌다.
많은 제약사들이 직접 혹은 관계사 및 자회사를 통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이 때 막대하게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비용에 고민이 생겼다. 모기업 자체적으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장기업의 경우엔 증자에 기댈 수도 없었다. 오너 지배력 약화나 기존 주주들의 가치 제고에 반하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계사나 자회사 상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비상장으로 운영하던 제약사가 직접 상장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마더스제약은 제네릭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개량신약 및 신약 개발로 체질개선 중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마더스제약의 현금성자산은 165억원인데 비해 같은 기간 투입된 판매관리비는 688억원에 달한다. 규제변화와 경쟁 강화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사업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되면서 자체 현금만으로는 지속적인 체질개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마더스제약은 올해 IPO를 통해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기대 중이다.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 승계 또는 추가 자금 창구 확보를 위해 관계사나 자회사를 시장에 데뷔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금조달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조달된 자금 활용법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상장을 시킬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이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이나 모회사의 재무건전성 제고 등에 활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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