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CEO 인사이트]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비 올 때 우산 안 뺏겠다"③"서민금융 유동성 공급, 신용경색 막는다"…취임 후 '핵심만 보고' 원칙 세웠다
김보겸 기자공개 2025-03-10 12:38:12
[편집자주]
양종희 회장이 취임 3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KB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 여러 계열사가 새 리더를 맞았다. 안정된 조직, 탄탄한 지배구조 위에 역량이 검증된 리더십이 구축됐고 새 리더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비전도 선포했다. 힘차게 출발했지만 이전과 다른 KB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KB금융을 이끄는 리더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07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들의 카드사라는 이름값을 하겠다. KB국민카드의 새 수장이 된 김재관 사장(사진)의 목표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을 거친 그는 금융지주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전략가이자 숫자로 말하는 재무 전문가다.카드업계 성장성이 예전같지 않지만 그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비 올 때 우산 안 뺏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어려운 고객의 신용경색을 막는 게 카드사의 역할이라는 확신이 담겼다.
김 사장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직전까지 지주 CFO를 지내며 자본 관리와 리스크 대응을 맡아 왔다.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면서도 금융이 가진 사회적 역할을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출규제 강화 여파가 카드업권까지 미치는 상황에서도 서민금융의 유동성을 유지하겠다는 그의 전략이 현실적인 이유다.
◇서민금융 지원과 건전성 강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김 사장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1년간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로 서민금융 유동성 공급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정책을 이어 오면서 대출수요가 은행에서 비은행 업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의 유동성 공급자로서 정말 어려운 고객님들의 급격한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카드금융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관리목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3.8%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당국 계획에 따라 카드론 증가율도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관리하란 뜻. 작년 전업카드사 카드론 취급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드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위험 금융자산에 대한 신용정책을 강화하고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군의 건전성을 높이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핵심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신용정책의 정밀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제시한 김 사장에게 성장 전략에 대해 물었다.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는 자본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내실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사장은 "올해 KB국민카드는 차별화된 역량과 새로운 도전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미래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최적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개선 등 금융지주 차원의 전략과 연계한 자본효율성 중심의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확보한 재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Next Core)로 이어지도록 지속가능한 선순환 성장을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지주와의 시너지 극대화…글로벌 사업, 내실 강화로 지속가능 성장 추구
김 사장이 중점을 두는 건 그룹과의 시너지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출신 이력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 CFO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KB국민카드가 지주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려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각 계열사 간 협업을 A부터 Z까지 고객 관점에서 설계하고 계열사 단위 성과를 넘어 그룹 차원의 성과 창출을 위해 시너지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주와의 협력구조를 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그룹의 경영전략과 연계해 RoRWA 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인 글로벌 사업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KB국민카드는 2018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2020년 인도네시아, 2021년 태국까지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글로벌 사업은 건전성 개선과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기진출한 글로벌 자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현지법인의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며 "소비자금융업 성장 가능성이 높고 현지법인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이외 국가에도 진출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군더더기 덜고 핵심만 보고…'일' 중심 환경 조성
디지털 혁신 역시 김 사장이 집중하는 핵심 분야다. KB국민카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과 금융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2023년 업계 최초로 AI 마케팅 전용 플랫폼 KB-AIMs를 구축해 최적 고객 타겟팅과 맞춤형 오퍼 제공, 접촉 시점 효율화 등 마케팅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 KB금융그룹과 공동으로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상반기 내 오픈한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조직문화 개선에도 힘을 싣고 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손본 건 '보고' 문화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핵심만 간결히 보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빠르게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일 자체에 집중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를 '실행중심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직 내 사일로 현상(부서 내 담쌓기)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사장은 "조직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직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그는 "경영진과 부서장 등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리더들이 협업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고 이를 조직의 핵심가치로 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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