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플레이어 경쟁지도]하나F&I, RWA 관리 기조… '올인' 후 숨고르기④지난해 NPL 1.2조 매입하며 최고치 기록… 올해 투자 축소 불가피, 아쉬움도
김보겸 기자공개 2025-03-04 12:30:28
[편집자주]
올해의 '큰 장'으로 부실채권(NPL)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그늘 속에서 역설적으로 활황이 기대되는 곳이다. 자본비율 관리에 나선 1금융권이 NPL을 대거 매각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NPL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NPL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도 예고된다.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 시장'에 대비하는 NPL 전업투자사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PL 전업투자사 시장에서 하나F&I는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펴 왔다. 최근 5년간 공격적으로 부실채권(NPL) 매입을 확대하며 자산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유암코와 하나F&I의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비은행 사업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외형 확대로 이어졌다. 금융지주의 재무적 지원에 더해 신용등급이 상승하며 조달 경쟁력도 갖췄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연초 NPL 시장에서도 입찰 참여를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 "초반에 스퍼트를 내는 하나F&I답지 않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기조와 레버리지비율 규제가 맞물리며 투자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외형 확대 통해 유암코와 '2강' 체제 형성
하나F&I는 1989년 설립된 여신전문금융사로 2012년 금융지주회사법상 손자회사 업종제한 규정에 따라 부실채권 투자업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이후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면서 '하나F&I'라는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하나금융지주가 99.8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F&I는 NPL 투자 확대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강자로 자리잡았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많은 경쟁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하나F&I는 적극적인 매입 전략을 펼쳤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강화 전략도 하나F&I 성장으로 이어졌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그룹의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 경영성과가 부진했다. 증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비은행 계열사로 하나F&I에 대해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다.
실제 최근 5년간 하나F&I의 자산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코로나19 기간 동안 당국이 금융안정 정책을 펴면서 시장의 NPL 매물이 줄어들자 시장 규모는 2조9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대다수 경쟁사들이 자산을 줄이는 가운데 하나F&I는 오히려 자산을 늘렸다.
2021년 하나F&I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1조558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암코 총자산은 3조244억원으로 24% 감소했다. 대신F&I 역시 20% 줄어든 2조7640억원으로 집계됐다.
NPL 시장이 커질 때에는 더더욱 경쟁사보다 높은 자산증가율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황 때문에 부실채권이 늘면서 NPL 시장 규모가 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커졌다. 하나F&I는 총자산 증가율 86%를 기록하며 경쟁사인 유암코(80%)와 대신F&I(25%)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F&I의 외형 성장은 하나금융지주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됐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사업부문 강화를 목표로 삼으며 2019년 500억원, 2021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비은행사업의 영업능력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2023년 12월에는 1499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는 당시 하나F&I 자기자본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그룹 차원에서 하나F&I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하나F&I는 신용등급이 A2에서 A2+로 상승하며 조달 경쟁력도 확보했다.

◇RWA 관리 기조 속 숨고르기…매입 속도 조절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F&I의 매입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2023년 1조7753억원 규모의 NPL을 매입했던 하나F&I는 지난해 9월까지 1조1023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4분기 매입 물량을 포함하면 연간 1조233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 대비 31%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2023년 23.1%에서 지난해 18.4%로 하락했다.
이러한 변화 배경에는 금융지주 차원의 RWA 관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하나F&I는 전업투자사 중에서도 레버리지 비율이 가장 높은 편으로 지난해 9월 기준 5.1배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키움F&I는 5배, 대신F&I는 4.6배, 유암코와 우리금융F&I는 각각 4.1배 수준이었다.
하나F&I의 경우 레버리지비율 5배를 기준점으로 잡고 이를 크게 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권고한 기준치인 5배를 넘는다 해서 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기준치를 웃돌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올 1분기 하나F&I의 NPL 매입 전략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하나F&I는 1분기 전체 21개 입찰 풀 중 10개에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분기 매물 입찰의 90%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선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하나F&I 내부에서는 매입 규모 축소에 대한 아쉬움도 감지된다. 하나F&I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내부적으로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매입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매입규모 속도를 조절 중인 하나F&I가 올해도 숨고르기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조2000억원대 규모의 NPL 매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다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역시 레버리지비율 5배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공격적인 매입 확대보다는 안정적인 자산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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