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TSMC 미국서 광폭행보, 삼성 파운드리 비상⑤현지 빅테크 독식 우려, 추후 메모리도 영향권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11 09:13:41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14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SMC가 대미 투자 규모를 1000억달러(약 145조원) 늘리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을 싹쓸이할 태세다. TSMC는 현지 수요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이같은 흐름에 삼성전자는 빨간불이 켜졌다. 빅테크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TSMC 영향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어서다. 대형 수주를 따내지 못할수록 추가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메모리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물론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꽉 잡은 SK하이닉스도 부정적이다.
◇고객 확보 난항, 테일러팹 정상 가동 '미지수'
6일(현지시각) 대만 국책 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CIESR)의 롄셴밍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빠를수록 좋다. 늦어질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TSMC가 선제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으로 걱정해야 할 곳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TSMC가 1000억달러라는 기준을 제시한 만큼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부담이 대폭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탄핵 정국으로 삼성전자를 향한 압박을 최소화할 정부 차원의 방패막이도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자체적으로도 여의치 않다. 일찌감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결정했으나 속도가 더딘 상태다. 이미 2026년 가동으로 밀렸는데 2027년으로 재차 지연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황 부진 등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결정적으로 대형 고객 부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자 확정을 앞둔 시점만 해도 퀄컴, 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를 통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테일러팹 일정이 나온 뒤로 파운드리 사업이 흔들렸다. 주요 고객이 TSMC로 넘어갔고 같은 회사인 시스템LSI사업부마저 힘을 못 내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이에 따라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고 제대로 된 인공지능(AI)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TSMC의 행보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기존 65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를 추가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독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TSMC 애리조나 1공장은 최근 4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고 2공장은 2027년 3나노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3공장은 2027년 말 설비 반입 예정이다. 여기에 전공정 3개, 후공정 2개 팹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내후년까지 테일러 공장 가동을 장담할 수 없는 삼성전자는 갈수록 난감해지는 추세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보조금을 골자로 하는 칩스법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다. 아예 없던 일로 하기는 쉽지 않으나 조건을 까다롭게 재설정하거나 금액을 하향 조정하는 등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도체 관세까지 더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중심으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에 이어 메모리까지 부진하면서 해외 투자를 위한 실탄이 축소했다. 궁극적으로 반도체 로드맵이 뒤틀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팹은 잠정중단에 가까울 만큼 활성화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협력사까지 걸린 문제여서 후폭풍이 예상보다 더 크게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TSMC의 1000억달러 추가 투자에 대한 의문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임시방편은 추후 투자 규모나 일정 등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4년 뒤 정권이 바뀌면 TSMC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무작정 미국 투자를 확대할 수 없는 삼성전자는 전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급부상' 가능성 촉각
삼성전자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SK하이닉스도 이번 사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시설 구축을 예고한 가운데 칩스법 폐지 여부는 마이너스 요소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밀어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현시점에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AI 메모리 왕좌에 올랐다. 30년 넘게 메모리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마저 앞지른 것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내부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포착한 마이크론은 HBM 등에 적극 투자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 협력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미국에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일단 SK하이닉스가 후공정 라인을 설립하면 일부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운드리처럼 미국에 생산라인을 세우기를 원하는 눈치"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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