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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삼성·SK, '메이드 인 아메리카' HBM 만드나④텍사스·인디애나 공장 가동 예고, 'AI 메모리' 연계 가능성 증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5-03-04 09:58:07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어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발맞춰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캐파)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급 반도체 불황을 겪은 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HBM 한정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변수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창해온 '자국 반도체 공장 유치' 계획이 본격화하면서다. 반도체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칩메이커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한국 중심으로 구축 중인 HBM 생산기지의 이전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관세' 현실화 우려에 국내 산업계 비상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등 통상정책에 관한 한국 입장을 전달한다. 이를 계기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주도한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찾은 데 이은 후속 움직임이다. 안 장관이 현지에서 다룰 주요 현안은 수출 20% 내외를 차지하는 반도체다.


트럼프 행정부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신속처리절차(패스스트랙)'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약속된 투자와 별개로 신규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반도체 관세 더해 패스트트랙 조건까지 거론되면서 미국 빅테크들과 거래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골치가 아파졌다. 반도체 팹 신설하는 데 수십조원이 투입되는데 이를 미국에서 진행한다면 인건비 등을 포함해 1.5배 이상 비용이 발생하는 탓이다. 운영비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반도체 관세 등을 고려하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다각도로 고려 중이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대미 투자에 대해 "검토는 계속하고 있다.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하다면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대신 인센티브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시설 설립을 앞두고 있다. 2028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웅선 부사장을 법인장으로 선임하는 등 현지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곳에서는 HBM 등 최신 반도체 후공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관세 가이드라인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최종 생산지를 기준이 된다면 SK하이닉스는 일부 대응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인센티브 여부와 추가 투자다. 바이든 행정부 막판 해당 팹에 대한 보조금을 확정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시사한 바 있다. 아예 폐지는 어렵더라도 규모를 줄이거나 조건을 변경하는 등이 실행될 수 있다. 최 회장 발언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사안이 명확해진다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패키징 라인을 증설하는 로드맵을 짤 수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브로드컴, 아마존 등과 밀접한 교류를 위해 전공정 라인까지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이는 감안할 부분이 많지만 현지 고객 유치에 이만한 방편이 없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더욱 고심이 크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SK하이닉스보다 대형 투자를 단행 중이나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전용이다. 파운드리 사업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주력인 메모리 측면에서는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삼성전자도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인 가운데 테일러 팹에 메모리 라인을 세우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파운드리 고객 유치가 쉽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묘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방책은 SK하이닉스처럼 첨단 패키징 라인을 신설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전공정을 끝낸 HBM을 미국에서 후공정 마무리하는 구도다.

전제조건은 고객 확보다. 엔비디아 등 확실한 HBM 파트너가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미지수로 가득하다. 결국 공급망에 진입하겠으나 비중이나 가격 협상 등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려면 기술력을 증명해야 한다. 파운드리 부문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 마이크론도 자국으로 돌아가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메모리 '빅3'를 이루는 마이크론도 고민이 없지 않다. 본사와 복수의 공장을 미국에 두고 있어 다소 나은 입장이긴 하나 최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 신규 팹을 짓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에 쏠린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영향권으로 여겨진다. 이외 인텔 등도 동남아 등지에서 후공정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들이 추후 어떤 식으로 생산지를 재편할지가 관건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대해서도 여러 대책을 모색 중이다. 당분간 장비 반입이 허용되긴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공세로 인해 중국 내 투자가 지금보다 더 제한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부상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미국 쪽에 무게를 두고 사업과 투자를 전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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