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알뜰폰 생존경쟁]아이즈비전, 삐삐→국제전화→저가통신 '기사회생'③독립계 중 최대 가입자 확보 기업 성장, 지배구조는 '불안정'
최현서 기자공개 2025-03-12 09:33:00
[편집자주]
국민 6명 중 1명은 알뜰폰을 쓴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의 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 변경 덕에 더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다만 사업자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의 '맏형'이었던 세종텔레콤은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 시그널이다. 꾸준히 늘던 알뜰폰 이용자 수가 39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출구 전략과 성장 방안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즈비전은 '삐삐'로 유명한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닻을 올렸다. IMF 위기, 모바일 기기 보편화 등 위기를 뚫은 유일한 삐삐 사업자다. 무선호출기 사업 몰락과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던 아이즈비전이 돌파구로 삼은 건 국제전화 서비스다. 알뜰폰 사업의 전초가 됐다.2021년 후불 요금제를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가입자도 빠르게 늘었다. 가입자가 늘자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최근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 '맏형'이었던 세종텔레콤의 알뜰폰 사업부까지 인수하며 가입자 수 40만명을 넘겼다. 독립계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성장세를 이끈 건 김상우 각자대표(부회장)다. 2019년 부임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급성장의 배경이 된 '후불 요금제'를 도입했다. 다만 김 부회장의 부임은 아이즈비전이 불안한 지배구조를 갖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삐삐' 사업 쓴맛, 세종텔레콤 안고 최다 이용자 보유
아이즈비전의 옛 사명은 부일이동통신이다. 1992년 '한창그룹' 계열사로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을 시작했다.
한창그룹은 집 전화기를 공중전화망에 연결한 '씨티폰'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씨티폰은 공중전화기처럼 발신만 가능하고 수신은 불가능했다. 무선호출기는 수신만 할 수 있었다. 한창그룹은 이러한 무선호출기의 특성 때문에 두 사업의 시너지를 노렸다.
부일이동통신은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1997년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같은 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일이동통신은 IMF 위기와 함께 2G(GSM)폰의 확산으로 인해 1998년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다. 2000년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꾸고 국제전화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망을 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 진출의 발단이 됐다.
아이즈비전은 2011년 7월 알뜰폰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관련 사업을 개시했다. 그로 인해 SKT 망을 이용하는 첫 알뜰폰 사업자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서비스 개시 3일만에 가입자 1000명을 확보하며 선점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알뜰폰 후불 서비스를 시작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입자 수가 늘었다. 2021년 4만8000명이던 가입자는 2022년 10만5000명, 2023년에는 18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20만명 중반대 정도의 이용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초 세종텔레콤의 알뜰폰 사업을 인수하며 가입자 수는 41만명으로 늘었다. 이는 '독립계'로 불리는 알뜰폰 사업자들 중 가장 많은 수다.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뜰폰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1년 234억원이던 '모바일 사업' 매출은 2022년 286억원, 2023년 373억원으로 늘었다. 이용자가 늘면 매출도 함께 늘기 때문에 지난해 모바일 사업부문 매출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체 없는 최상위 법인, 김상우 부회장 중심 지배력 구축
이처럼 사업적으로 우여곡절을 겪고 살아남았지만 초기 사업자는 파고를 넘지 못했다. 현재 아이즈비전을 이끌고 있는 건 김상우, 최순종 각자대표다.
2019년 부임해 홀로 회사를 이끌었던 김 대표(부회장)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 아이즈비전은 오프라인 중심 선불제 상품만 판매했지만 1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온라인 중심 후불제 요금제를 판매하도록 했고 이를 이끈 게 김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거의 없다. 1972년생인 김 부회장은 해태그룹 기획실 출신이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아이즈비전을 비롯해 파워넷, 제이에스아이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이 아이즈비전과 연을 맺은 건 2019년부터다. 그해 5월 10일 아이즈비전의 특수관계자 집단이었던 이통형 전 대표와 그 일가족의 지분을 전력변환장치(SMPS) 제조업체 '파워넷'을 통해 받았다. 파워넷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아이즈비전 주식 35.9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김 부회장이 들어서면서 아이즈비전은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 파워넷의 최대주주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소모부품 제조사 '위지트'다. 위지트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파워넷 지분 38.93%를 갖고 있다. 위지트의 최대주주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영위하는 '제이에스아이홀딩스'로 10.9%의 지분을 갖고 있다.
NICE 상세기업정보보고서에 따르면 제이에스아이홀딩스는 '제이에스아이코리아'의 계열사로 기재했다. 제이에스아이코리아는 투자 자문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 최상위 기업이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 김문수 씨가 제이에스아이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김문수 대표는 위지트의 사내이사(비상근)를 맡고 있다.
제이에스아이코리아는 실체가 애매모호하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2022년 말 상세기업정보보고서에 따르면 제이에스아이코리아의 종업원 수는 0명이다. 자산총액은 49억원으로 전액 투자자산이다. 유형자산은 0원이다. 부채총계는 10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그 해 매출은 9억1200만원, 영업이익은 9억600만원이었다.
제이에스아이코리아와 제이에스아이홀딩스 모두 최대주주는 김 부회장이다.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건 위지트다. 김 부회장 부자와 그 관계사가 위지트 지분 35.16%를 갖고 있다. 아이즈비전 역시 위지트 지분 6.69%를 보유 중이다 .아이즈비전이 그룹의 알뜰폰 사업 이행뿐만 아니라 그룹사 지배구조 지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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