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9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 시장을 취재하다가 들은 가장 생소한 정보가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책임지는 거래소의 '제도'에 관한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연간 상장할 수 있는 상품의 수는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수는 운용사의 시장점유율(MS)별로 다르다. MS가 적은 곳은 연간 5~10개 상품을 상장할 수 있고 큰 곳은 한 달에 2개, 연간 20~30개로 제한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제도라고 부르기에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MS 몇 % 미만은 연간 몇 개 상장 가능' 이렇게 명문화된 쿼터가 아니다. 거래소와 운용사의 연초 미팅에서 이 가이드라인이 전달된다고 한다.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의 열쇠를 단독으로 거머쥐고 있는 기관이기에 운용사들도 이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이 가이드라인은 올해부터 더 타이트해졌다. 예컨대 작년까지는 상품 3개를 같은 날 상장하면 연간 상장할 수 있는 쿼터에서 마이너스(-) 1로 차감됐다. 마케터들 입장에서는 동시 상장되다보니 각 상품의 강점을 홍보하기가 어렵지만, 상장 카운트를 줄이기 위해서 애용됐던 기법(?)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3개를 25일에 상장하면 1개가 아닌 3개로 셈한다고 한다.
운용사들에 '상품 다양성'을 주문하는 거래소의 태도와는 다소 상충된다. 상장 쿼터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다보면 중소형 운용사는 독특한 상품을 론칭할 수 없다. 독특한 상품이란 당장에는 수요가 없겠으나 중장기 시장을 내다본 미래지향적 ETF다. 1년에 10개 미만 론칭이 가능한 상황에서 '잘 팔릴 상품'이 아닌 독특한 상품에 집중할 수 있는 운용사가 어디 있을까.
개수 허들이 없어야 '우리 한 번 이런 상품 내볼까' 여유도 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F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게 과연 중요한 가치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상품 다양성'은 다름 아닌 거래소가 매년 운용사들에 요구하는 있는 덕목이다. ETF 상장이 작년보다 더 빡빡해진 상황을 보며 한국거래소의 '언행불일치'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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