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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IPO 전략 점검]40년 은둔 명인제약, 보수적 밸류 추구? '상속'에 유리③예상가 절반인 2000억대 밸류 검토, 90% 지분 상속 묘수

김성아 기자공개 2025-03-21 08:00:36

[편집자주]

바이오텍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전통 제약사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안정적인 매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자사 또는 자회사 IPO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통상 IPO를 단행하는 이유는 용이한 자금조달에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각 사의 현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벨은 제약사들이 IPO에 나서는 본질과 그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5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인제약이 연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률 30%라는 스펙을 안고 코스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08년과 2019년 두차례의 도전 당시는 단지 계획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관련 인력까지 채용하며 상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상장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타이밍'이 있다. 40년간 명인제약을 이끌어온 창업주 이행명 회장이 77세에 이르면서 지분 상속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명인제약 역시 신약 개발 기업을 향한 한 단계 도약을 노리면서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돌파구로 IPO를 선택했다.

◇5600억→2000억, 보수적 밸류에이션 노리는 이유는 '상속'

1985년 이 회장이 설립한 명인제약은 올해 7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상장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하고 현재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현대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를 진행 중이다.

명인제약의 예상 기업가치는 5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3년 명인다문화재단을 출범 당시 공개된 주당 평가액이 5만원이다. 2023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 명인제약 총 주식수가 1120만주임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추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명인제약 내부적으로는 환인제약 등 비슷한 규모 및 유사 포트폴리오를 가진 피어그룹의 밸류에이션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기준 환인제약의 시가총액은 2133억원이다. 명인제약의 예상 기업가치 대비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명인제약이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검토하는 이유는 오너일가의 상속 문제와 연관해볼 수 있다. 1985년 설립부터 줄곧 대표이사로 역임한 이 회장은 1949년생, 77세다. 상속과 승계를 고민할 시기이지만 이 회장의 두 자녀는 장녀 이선영 씨를 제외하고는 명인제약 경영에 참여한 이력이 없다.

이선영 씨는 그나마도 지난해 3월 말 명인제약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1년만에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후 작년 말 본인과 동생 이자영씨가 100% 소유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명인제약 경영에서 한 발짝 더 멀어진 셈이다.


남은 건 지분 상속이다. 이 회장의 지분은 90.9%, 예상 기업가치 기준 5090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인데다 상속할 주식 가치가 5000억원이 넘어가면서 이 회장 일가에게 적용될 상속세율은 최고세율인 60%다.

현행 상속세법 기준 과세표준 30억원이 넘는 주식평가금액에 대해서는 50%의 세율,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출자 지분에 대해서는 20% 할증과세를 붙는다.

가업승계 상속공제 지원제도도 활용하기 어렵다.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이 회장의 두 자녀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명인제약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명인제약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상속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순손익과 순자산이 높은 상태에서 비상장주식 가치 평가를 통해 상속세 직격탄을 맞기 보다는 시장을 통해 적절한 평가를 받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상속에 신약 개발 피봇까지, 딱 맞는 타이밍 IPO 드라이브

보수적 밸류에이션은 IPO를 통해 조달되는 금액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인제약은 보통의 IPO 후보생들과 달리 상장 목적이 자금조달이 아닌 상장 그 자체에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자금조달은 이번 IPO의 주요 고려 요인이 아니다"며 "신약 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상장을 통해 기업의 공신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상장 규모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코스피 상장 요건에 맞는 최소한의 신주만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약 개발을 위한 R&D 자금 등은 자체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명인제약은 2018년부터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 역시 매년 증가세를 그리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속하고 있다.

곳간도 넉넉하다. 2023년 말 기준 명인제약의 현금성자산은 1815억원.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유입 역시 700억원이 넘는다.

명인제약은 최근 이탈리아 뉴론(Newron)사로부터 도입한 치료 저항성 조현병 치료제 신약 '이베나마이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부터 진행되는 글로벌 3상 전체 환자 중 10%에 해당하는 한국 환자 임상에 대한 비용을 자체 부담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3상 개발비용 일부를 일정 비율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집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개 글로벌 3상의 경우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과거 IPO를 준비했을 때도 대외공신력 확보를 위해 상장을 하고자 했지만 여러가지 준비가 미흡했었다"며 "지금은 상장을 위한 조건이 다 마련돼있어서 IPO를 본격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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