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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미투자 31조]'철강'이 이끄는 생태계…현대제철, 조연 아닌 '주연으로'②투자액 30% 현대제철 할당, 미국 자동차 생태계 출발점…글로벌 철강사 도약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26 08:08:06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전쟁 해법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made in USA’로 문제를 풀어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를 투자한다. 완성차와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기술 산업 생태계를 미국에 구현한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의 투자 내역과 중장기 미국시장 성장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2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는 그룹 정체성의 핵심이다. 철강에서 시작해 완성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모델은 국내에서 이미 완성된 구조다.

실제 현대제철은 국내에 고로와 전기로를 합쳐 1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의 첨단 설비를 통해 연간 600만톤 이상의 냉연강판이 생산된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되는 물량만 약 500만톤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2400만톤 규모의 철강재를 생산하는 현대제철에서 약 20%가 그룹 완성차 부문으로 투입되는 셈이다. 이 숫자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완성차 입장에선 외부 조달보다 현대제철에서 직접 공급받는 것이 비용·품질·납기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반대로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고부가 제품을 설계 초기부터 협업해야 하기에 계열사 체제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계는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델 자체를 미국에 복제해 옮기겠다는 계획이 본격화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미국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 등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철소 건설 계획과 함께 주목받은 건 26일 준공식을 갖는 조지아주 서배너 전기차 공장(HMGMA)이다. 정 회장은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12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는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조지아 기아 공장, 그리고 HMGMA를 가동 중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회귀하고 있다. 수입 철강재와 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통상 환경 변화로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탄소 규제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현대차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이번 행보는 단순한 자동차·철강 부문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세우는 건 관세 회피 차원을 넘는 결정이다. 생산 거점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각각에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이어지는 이중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투자는 현대차·기아에도 안정적 현지 조달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가장 뚜렷한 이익을 누리는 쪽은 현대제철이다. 전체 210억달러 투자 중 약 61억달러(8조9700억원), 즉 30%가 제철소 건설에 할당됐다. 현대제철이 이를 단독으로 추진하긴 어려운 만큼 그룹 계열사들과의 공동 투자가 유력하다.

외형상으론 현대제철도 계열사 중 하나이지만 회사의 역할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사실상 ‘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내 물량에 기대는 단계를 넘어 미국 완성차 생태계의 시작점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 당진제철소가 있었다면 미국에는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앞으로 친환경 이슈가 커질수록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짓는 제철소는 친환경 전기로 제철 방식이 중심이다. 현지에서 친환경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글로벌 완성차사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글로벌 철강 밸류체인의 주체로 올라서는 전환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아직 연간 270만톤의 생산 규모만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생산 품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자동차용 강판을 주력으로 한 제철소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냉연 제품 중심의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공급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상으로도 판매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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