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20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에서 김천까지는 230km. 버스로 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한 달 전, PEF 업계를 취재한 이래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을 찾았다. 목적지는 김천 외곽 공단에 위치한 새빗켐 1공장. 올해 2월 PEF 운용사 LX인베스트먼트에게 인수된 기업이다.공장에 도착하자 김상준 LX인베 본부장이 마중을 나왔다. 새빗켐 투자를 총괄한 그는 일주일에 이삼일을 이곳 김천 공장에서 보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나를 초대해 공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질문을 재촉했다.
"기사 쓰려면 정확히 아셔야죠." 내가 묻기도 전에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때로는 나보다 더 문과 같아 보이는 그가 어떻게 이토록 공정 구조에 밝을 수 있을까 감탄이 나왔다. 단순한 투자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산업을 꿰뚫고 있었고 기업의 강점과 한계를 고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현장으로 향하자던 그는 직원복으로 갈아입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 양복을 입고 직원들 사이를 걷는 건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PEF가 회사를 인수했다는 말에 불안을 느꼈을 직원들을 배려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현장에선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았고 모두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공장 견학 후에는 대표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이승진 대표 역시 LX인베가 선임한 인사였다. 그는 PEF의 유연한 접근법이 기업을 더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들었다. 기자라기보다는 낯선 동네에 온 이방인이자 투자자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 증인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수첩을 정리하며 문득 생각했다. '기업사냥꾼'이라는 말은 과연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이들이 얼마나 가까이에서 기업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지 보지 않고는 쉽게 붙일 수 없는 말이다. 진심은 말보다 행동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업계의 누군가는 그렇게 묵묵히 진심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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