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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증권사 핵심 무기 영업력…'양날의 검' 진단도④인적자원·네트워크 운용사 앞서…이해상충 우려, '되돌이표' 가능성

구혜린 기자공개 2025-05-19 10:21:28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까다롭고 보수가 낮지만, 70조원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정된다. 올해로 '25돌'을 맞은 투자풀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간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자격은 자산운용사에게만 주어졌으나, 증권사에게도 개방되면서다. 더벨은 연기금투자풀 제도의 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입찰사는 '재무안정성'부터 '투자풀에 기여할 수 있는 바'까지 다양한 척도로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 후보가 자산운용사 대비 월등히 앞설 수 있는 부분은 단연 인력풀이다. 연기금투자풀 전담인력으로 끌어올 수 있는 본사 내 직원이 많기에 정량평가에서 일정 수준 자산운용사를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관리인력·시스템을 풍성하게 써낼 수 있다면 다수의 기존 수익자와 원활히 소통하고 잠재 수익자 영업에 힘써 투자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정성적으로 피력할 수 있다. 일부 증권사는 리테일 지점과의 협력안을 고안하고도 있다. 다만 섣부르게 강조하다간 이해상충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력은 양날의 검과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고 경쟁력은 풍부한 인력…정량·정성지표 有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지원할 때 어떤 점을 강점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 다양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증권사가 운용사 대비 운용을 잘한다고는 말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증권사, 운용사 각각이 전담운용을 맡고 있는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지난 12년의 운용기간 동안 증권사가 운용사를 연 평균 운용수익률로 이긴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물론 모든 증권사와 운용사로 이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경향성을 참고할 수는 있다.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대비 우월한 조건은 인력에 있다. 2021년 연기금투자풀 정량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기획재정부는 '인적자원' 항목에 꽤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 총 20점의 정량점수 중 인적자원에 할애되는 점수만 5점이다. 오는 7월 RFP가 배포되면 지원사들은 각 항목의 요구사항에 맞게 재직 중인 운용인력, 조사분석인력, 위험관리 인력을 기입한다. 증권사의 경우 OCIO본부에 재직 중인 총 인력을 써내고 각 인력의 경력에 따른 가중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량평가 지표 면에서 운용사 대비 우수한 점수를 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연기금투자풀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각 30여명씩 두고 있다. 두 운용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합자산운용사들이 투자풀을 포기한 데는 전담인력 운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 이와 달리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상당한 인력을 이미 OCIO 본부에 배치하고 있고 연기금투자풀 전담 운용인력으로 둘 인력도 최대치로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

인력은 정성평가에서도 플러스 요소다. 2021년의 경우 10명의 평가위원이 각 사업자가 제출한 제안서를 두고 8개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정성평가를 진행했다. 조직 및 인력 구성에 대한 내용은 '투자풀 펀드 관리능력' 항목에서 평가된다. 2021년 주간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해당 항목에서 경쟁사 대비 유일하게 평균 10점을 득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최고 배점이 배정될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풀 관리 계획 및 관리 능력' 면에서도 인력은 강점이 될 수 있다.


증권사가 우수한 영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운용사의 영업능력은 두 가지 면에서 필요하다. △기존 수익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잠재 수익자를 대상으로 투자풀에 합류할 수 있게 설득하는 능력이다. 연기금투자풀은 100여개의 기금 및 기관 수익자로 구성된 복수 기관 OCIO다. 이들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제안하고 운용할 수 있는 영업력은 '투자풀 관리 능력' 면에서 플러스다. 또 전국단위 리테일 영업망을 통해 신규 기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투자풀 발전방안'에도 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업계는 기획재정부가 주간운용사 자격을 확대한 것을 증권사의 영업력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의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데 인력이나 인프라 면에서 증권사가 운용사 대비 영업에 우수하기에 문을 열어줬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OCIO 본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연기금투자풀에 신규 기금 및 기관이 지속 참여하기 원하고 있다"며 "증권사는 전국 지점을 활용해 소규모 지방기금들까지 포섭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영업망 활용 강점…'실효성 저조·이해상충 우려' 시각도

다만 이 영업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간운용사가 통합펀드 운용으로부터 받는 운용보수는 3bp(0.03%)에 불과하다. 만약 증권사 지방 리테일지점과 협업해 소규모 지방기금을 투자풀로 유치하고자 한다면 본사가 지점에 보상해야 할 이익은 3bp 이상이 돼야 한다. 기금에 증권사 자체 상품을 판매하면 취득할 수 있는 수수료가 최소 50bp에 달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투자풀 발전방안으로 영업력을 강조했다간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연기금투자풀에 도전한 국내 대형 종합자산운용사가 시중은행 계열사와 협업해 투자풀 영업을 하겠다고 하자 기재부 측은 은행이 연기금투자풀 보수를 쪼개 받으면서 자산운용 계열사와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유인책 약하다고 판단해 저조한 평가 점수를 매긴 사례가 있다.

영업망을 활용하다가 이해상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예컨대 증권사 지점에서 연기금투자풀 연계 비즈니스를 한다면 서비스 대상인 기관 고객의 정보를 통해 별도 리테일 영업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수익자가 주택도시기금 등과 같은 단일 기금이 아닌 복수로 이뤄져 있기에 각종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주간운용사에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제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에게 영업력은 양날의 검인 셈이다. 기금 운용에 투입할 수 있는 우수 전담인력이 많다는 점은 운용사 대비 강점이나, 섣부르게 인력 활용안을 강조했다가는 평가시 해를 입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OCIO 조직은 복수 기관 OCIO를 맡아본 이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라며 "수익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해 섬세한 OCIO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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