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눈돌리는 中기업 잡으려면 전문 분석가 및 투자자 양성...정부·거래소·업계 공조 필요
정준화 기자공개 2011-12-29 08:52:57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9일 08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례 1지난 2008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국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인 코웰이홀딩스. 한국 증시를 찾은 지 3년만에 자진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저평가로 인해 한국 증시 상장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진상폐를 마무리 지은 코웰이홀딩스는 차기 대안으로 홍콩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2
2009년 5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대장주인 중국원양자원이 해외 증시에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내년 2월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예탁증서(DR)의 해외거래소 상장의 건 등을 상정하기로 했다. 중국원양자원의 2차 상장 결정 배경은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주된 원인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음식료기업의 PER가 25배가 넘는 홍콩 증시를 2차 상장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최근 하나둘 홍콩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어렵사리 한국을 찾은 이들이 왜 또 다시 홍콩행을 택할까.
우선 홍콩에 상장하게 되면 한국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콩의 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2.2배로 한국(약 9.6배)보다 20% 이상 높다.
업종별로 비교해 봐도 서비스나 금융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홍콩 증시의 PER가 한국보다 20~30%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기업이 많은 소비재나 유틸리티 등에서는 한국과 홍콩의 PER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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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평균 PER는 4~6배로 낮아 홍콩에 크게 뒤진다. 가격 면에서 한국시장의 경쟁력이 없으니 자연스레 홍콩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콩의 강점은 가격적인 측면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홍콩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자본시장을 잡기 위해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홍콩으로 모이고 있다.
홍콩은 영국의 100년 가까운 통치기간 동안 자리잡은 영미법이 남아있고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된다. 규제도 최소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위안화로 IPO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는 등 해외기업이 상장하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아시아 시장의 금융중심지로 부상한 홍콩은 블랙홀처럼 글로벌 기업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미국 여행가방 업체인 샘소나이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미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지난 10월까지 58개 기업을 상장시키며 268억달러를 끌어모은 홍콩거래소는 3년 연속 세계 IPO 시장 1위(공모금액 기준)를 찜해 놓은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홍콩에 비해 한국 증시의 상장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코웰이와 같은 한국을 떠나는 중국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우량 중국기업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증시가 중국기업이 홍콩행을 위해 잠시 머물러 가는 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할만한 실적이 안되는 중국기업들이 우선 한국에 상장해 어느 정도 성장세를 이룬 후 정작 우량기업이 됐다 싶으면 더 높은 가치를 위해 홍콩을 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량한 중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 산업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투자자나 분석가들이 양산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장형진 신한금융투자 해외 ECM팀 차장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며 "예컨대 포도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좋은 포도주를 가져가면 한 병에 100만원이라도 지불하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가져가면 제 값을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장 차장은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기업의 장단점을 널리 알리고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상장할만한 중소기업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국가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거래소, 증권업계 모두가 힘을 합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기업 상장 유치는 한국증시의 글로벌화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유인책이 없다"며 "결국 한국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야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문제인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기업 상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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