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국내은행 해외채권 발행 러시…병목현상 우려도 규모·건수 전년 동기 3배 넘어...불확실성 대비하려 조기조달

김효혜 기자공개 2012-02-27 07:05:42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7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국내 은행들이 해외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발행규모와 건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조달 시장도 전에 없이 다양해졌다.

은행들이 장기 외화 차입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데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조기에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단기외채 비중을 줄여 거시건전성부담금(이하 은행세) 부담도 줄이기 위함이다.

27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외화표시공모채권(해외채권) 총액은 약 55억3500만 달러에 이른다. 모두 10건의 발행이 이루어졌으니 단위당 규모는 5억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4건, 14억3000만 달러 어치가 발행됐다. 발행액은 3배 이상, 건수도 3배 가량 커졌다. 단위당 발행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

올해 현재까지 해외채권 발행한 은행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총 8곳이다.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외화채권 발행을 거의 하지 않는 곳임을 감안할 때 국내 은행 중 발행할 만한 곳은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달처와 채권 종류 및 발행 통화도 다양해졌다. 기업은행은 근 10년 만에 호주 채권 시장에서 '캥거루본드'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관의 캥거루본드 발행은 2003년 산업은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선보인 우리다시본드는 올해 산업은행이 두 번째로 발행을 성사시켰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채권 시장에서 이뤄지는 바트화채권은 2건, 링기트채권은 1건 발행됐다.

clip20120227190159
주: 2012년 1월1일부터 2월 26일까지

◇ 은행들, 불확실성 대비해 외화유동성 미리 확보하자

국내 은행들이 연초부터 해외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국제금융시장 환경 때문이다. 유로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통에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이에 따른 불안감도 고조됐다. 이에 은행들은 "차라리 일찍 외화를 조달해놓자"며 미리 해외채권을 발행키로 한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 달 20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금융협의회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당시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국민, 우리, 신한, IBK, 하나, 한국씨티, 수출입 등 7개 은행장들은 "국제금융시장이 더 악화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상반기 중 필요한 외화유동성은 이미 확보했다"며 "시장상황을 봐 가급적 조기에 연내 소요예상액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은행장들은 외화 차입처를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제 다양한 통화와 종류의 채권발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은행들의 외화 차입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은행들은 또 기존의 외화 단기차입을 대거 중·장기차입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에는 은행세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세는 만기별로 20bp(1년 이내)·10bp(1년~3년)·5bp(3년~5년)·2bp(5년 초과)의 차등 세율을 부과해 만기가 길수록 부담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외화 중·장기차입 차환율은 382.2%로 지난해 말 174.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단기차입 차환율은 90.3%로 지난해 말 120.3%에서 하락했다. 이는 곧 은행들이 중·장기차입금을 늘려 단기차입금을 상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의 외환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모두 감독 지도기준을 웃도는 수치가 됐다. 특히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4.9%로 나타나 유동화 가중치를 적용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여건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향후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당분간외화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추가 차입 계획 줄줄이…병목현상 우려돼

올 상반기에는 은행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계속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의 작년 실적이 나오는 3월과 4월은 매년 해외채권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왔던 때여서 이번에도 상당 규모의 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이 바트화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 초 태국 정부로부터 바트화채권 발행 자격을 얻었다. 함께 승인을 받은 하나은행은 이미 발행을 마친 상태이며, 현재 기업은행이 발행에 착수해 지난 주에는 태국 현지에 넌딜로드쇼(NDR)까지 다녀왔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도 오는 9월까지 바트화채권 발행을 마쳐야 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초 주관단을 꾸리고 이달 초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려 했으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잠정 연기했다.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4, 5월께에는 발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사무라이본드와 우리다시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난 20일 일본 재무성에 일괄등록 신고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아직 잡지 않았으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발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제금융시장에 한국물의 등장이 너무 잦아지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조달처가 충분히 분산된다면 상관없지만 이것이 몰리게 될 경우에는 시장의 유동성이 줄고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또 만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향후 리파이낸싱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미 사무라이본드 시장의 경우 지난해 국내 기관들의 발행 급증으로 조달비용이 폭등하는 문제를 초래했다"며 "가급적 조달 시기와 조달방법 등이 겹치지 않게 조정해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