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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證·하나대투證 희비 가른 '4월15일' 계열사 발행딜 참여가능 여부 가른 개정상법 시행일

한희연 기자공개 2012-04-24 11:01:30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4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하나은행이 국제 채권시장에서 연달아 홈런을 쳤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정부의 외평채를 압도하는 사상 최저 스프레드로 발행해 한국물 역사를 다시 썼다. 하나은행은 불리한 시장상황에서도 뉴-이슈 프리미엄(NIP) '제로' 에 발행을 성공시켜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계열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희비가 갈렸다. 두 증권사 모두 계열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에 북러너 혹은 조인트리드매니저의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한쪽은 영광의 주인공이 됐고 다른 한 쪽은 막판에 구경꾼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전자의 딜에 최종적으로 이름을 올려놓음으로써 확실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프라이싱 단계에서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발행일자 때문이었다.

◇ 하나銀 글로벌본드 주관사 6곳에서 5곳 된 사연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5억 달러 규모의 5년6개월 만기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미국국채수익률(T)보다 265bp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18일 오전 2017년6월14일 만기인 하나은행 채권의 유통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사실상 NIP이 '제로'를 기록한 것이다.

스페인 국채발행, 악화된 미국시장 등 발행환경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프라이싱이라는 평가다. 딜에 관여했던 발행사나 투자은행(IB) 입장에서도 이번 딜 결과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하나대투증권에게 이번 딜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이번 딜을 위해 지난 3월 초 BNP파리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ING, RBS, UBS, 하나대투증권 등 주관사 6곳을 선정했다. 외국계 IB는 북러너로, 하나대투증권은 조인트리드매니저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해외 채권을 발행할 경우 계열 증권사가 있다면 통상 조인트리드매니저 자격으로 해당 증권사를 참여시켜왔다. 하나은행도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하나대투증권을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참여시켰다.

4월 첫째주에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을 돌았던 넌딜로드쇼 때까지도 하나대투증권은 발행을 위한 준비를 함께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프라이싱 수행 단계에서 하나대투증권의 이름은 슬그머니 빠졌다. 주관사단이 5곳이 된 것이다. 발행일자 때문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4월15일 이후부터는 계열회사나 자회사 등 관계회사들과 거래를 하려면, 발행사는 이사회를 열고 2/3이상의 특별거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일환이다.

하나은행 딜의 경우 추진은 3월에 시작했지만, 정작 프라이싱 날짜는 4월19일이었기 때문에 개정상법의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촉박한 딜 일정에 이사회 소집 등의 일정까지 끼울 여유가 없는 탓에 하나대투증권은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 삼성전자 글로벌본드, 5일 앞선 덕에 삼성증권은 '세이프'

하나대투증권의 사례에 비춰보면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상당한 수혜를 입은 축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새벽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5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T)에 80bp를 더한 수준으로, 한국물 발행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행 주관사는 BoAf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삼성증권이었다. 모두 북러너 자격이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채권 딜에 북러너 자격으로 참여하는 사례는 손에 꼽힌다. 삼성증권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극적인 딜에 북러너로 참여, 확실한 트렉 레코드를 쌓게 됐다는 평이다.

이번 삼성전자 채권의 납입일은 10일이다. 닷새만 늦었어도, 개정상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쓸수 있을지 여부를 승인받아야 했다. '4월15일'을 사이에 두고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희비가 엇갈린 것.

물론 삼성전자 채권은 삼성전자의 미국 법인(SEA)이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채권 역시 삼성전자(SEC)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형태로, SEA와 삼성증권의 계열사 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실무진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시기 등 운도 기막히게 삼성증권을 따라줬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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