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5월 10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24년 수당 김연수 회장이 설립한 삼양그룹. 88년이란 긴 기업사를 가진 삼양그룹이지만 그동안 기업설명회(IR)를 연 적은 손에 꼽힐 정도다. 연매출 조 단위의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기업 현황이나 경영방향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데는 지독하게도 인색했다.그저 조용히 본업에 충실하다 보니 '시장과의 소통'에는 무딘 모습을 보여온 셈이다. 빚이라고는 정책자금과 유산스(USANCE) 차입금이 전부다 보니 금융권에도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었다.
이런 삼양그룹이 최근 들어 여러 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는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삼양사가 90년대 초 이후 20여년만에 기업설명회에 나선 것.(10일 오후 4시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워낙 오랜만에 IR이 진행되는 터라 관련 업계에서는 삼양사가 어떤 얘기 보따리들을 풀어놓을 지 관심이 크다. 지난 해 지주사 전환 이후 40% 가량 하락한 주가에 대한 설명과 향후 계획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가 부양을 위한 화끈한 '립서비스'가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기대도 있다.
삼양그룹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다. 지난 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부터 뚜렷해지고 있다. 삼양그룹은 지난해 11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구조를 화학, 식품, 의약, 신사업 등 4개 핵심군으로 재정비했다.
이와 동시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36년에 걸쳐 육성해 온 사료사업 부문을 올초 이지바이오에 양도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업이지만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쳐냈다.
지주사 체제로 바뀐 후 CFO 출신 윤재엽 부사장이 총괄하는 운영그룹장 체제를 구축, 사업·기획·재무회의를 상시로 열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상황을 포괄적으로 염두에 두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삼양그룹은 설립 이래 50년대 제당사업, 60년대 화학섬유사업, 90년대 의약사업에 이어 최근에는 요식업과 식품사업에도 진출하며 3~4차례 굵직한 변화를 경험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비교적 무난한 영토확장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그룹의 주력사인 삼양사가 원당가격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적자에 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성장성이 보다 높은 화학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R을 통한 시장과의 소통, 비핵심 사업의 구조조정, 신사업 역량 강화 등 삼양사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에 대해 '바람직하다'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8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모진 풍랑을 견뎌온 장수기업의 '조용한 변화'를 또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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