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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데자뷰? 롯데, 막판 뒤집기 가능성은 MBK에 승기 뺏겨 3년전 악습 되풀이…거래 파기에 실낱같은 희망

박준식 기자공개 2012-06-25 00:01:07

이 기사는 2012년 06월 25일 0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마트 인수전의 승기가 MBK파트너스로 넘어가면서 국내 유통업계 공룡인 롯데그룹(롯데쇼핑)은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지난 2009년 오비(OB)맥주 인수전 당시 복병 KKR에 거래를 빼앗겼던 악몽이 재현됐다는 자조가 그룹 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가 MBK를 제치고 다시 승리를 빼앗아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며 최종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단 유진그룹과 선종구 하이마트 전 회장, H&Q AP 등 매각 3대 주체는 오는 25일 우선협상자 선정 사실을 공표할 계획이다. 본 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가 나머지 두 후보인 롯데와 칼라일보다 경쟁력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을 근거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양자협상을 개시하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전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롯데 입장에서는 이런 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인수합병(M&A) 컨트롤타워인 국제실을 중심으로 지난 반년 간 하이마트 인수에 의지를 높였던 상황이었고, 인수전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SK네트웍스와 신세계가 중도 포기한 구도에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일격을 당한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009년 OB맥주 인수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맞은 적이 있다. 당시 AB인베브가 OB맥주 경영권 지분 100%를 내놓자 인수자 위주의 시장(buyer's market) 상황을 감지하고 1조원 중반대의 다소 보수적인 가격대를 주장했다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에 매물을 빼앗긴 전력이다. 당시 롯데의 실무진은 부랴부랴 매각 자문사인 JP모간과 도이치증권에 KKR 제시 가격 이상의 제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거절당했고 주류사업 확장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도 롯데는 비슷한 전략을 반복했다. 본 입찰에 SK네트웍스와 신세계가 빠지자 주당 7만 원대의 보수적인 가격을 제안하고 매각 측의 입찰가 상향 독려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수정하지 않은 것이다. 매각 측은 롯데가 요지부동인 가운데 MBK가 가격을 자신들의 기대 수준으로 높이자 거래를 종결할 준비를 마쳤다.

이 때문에 매각 측이 주도하는 거래에서 롯데는 일단 승기를 빼앗긴 듯 보인다. 하지만 롯데는 내부적으로 비상회의를 갖고 아직까지 반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하이마트 매각 측과 MBK가 이번 거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알려졌지만 이 계약의 구속력이 미약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전세 역전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K가 대형 펀드이고 하이마트 거래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거래를 사모펀드 혼자서 수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뜻하지 않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 MBK는 주당 8만 원에 근접하는 수정 제안으로 거래를 움켜쥐었지만 자신들의 투자자(LP)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MBK와 매각 측은 MBK의 거래 수행력을 근거로 MOU를 맺었지만 이행보증금(honesty money)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하고 이 계약을 이행할 구속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공표하지 않았다. 매각 측이 밝힌 사항은 MBK가 우선협상자이고 2주간의 실사를 거쳐 이 기간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다는 계획뿐이다.

롯데는 MBK가 웅진코웨이 인수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MBK 입장에서는 하이마트보다 웅진코웨이 인수가 더 매력적인데도 불구하고 하이마트에 공격적인 베팅을 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한 본 입찰일은 오는 29일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MBK가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두 매물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하이마트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거래 관계자는 "롯데는 하이마트 매각 측과 MBK 사이의 MOU 구속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롯데가 내부적인 판단을 거쳐 하이마트 인수가격 상향을 제안할 수 있고 이를 매각 측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하이마트 매각 측은 3대 주체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지난 OB맥주 때와 달리 롯데가 가격상향 제안을 해오면 당시와 상이한 반응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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